부자되는 귀농
*모내기하는 모습. 출처: 풀무학교 홈페이지
요즘은 ‘귀농’과 ‘귀촌’이란 말을 분리한다. 농업을 생업으로 삼는 것을 귀농이라고 해왔다면, 귀촌은 텃밭 수준에서 쾌적한 시골환경 생활을 말하는 데 적절한 개념인 것 같다. 10년 전 산위의 마을을 시작할 때는 보발리 골짜기에 귀농자가 우리까지 세 가정이었는데 지금은 20여가구로 늘었다. 귀농·귀촌에는 필요하다면 친구나 귀농학교 동료들이 근거리에서 사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우리는 매월 단기입촌이라는 생활프로그램을 하는데 귀농·귀촌에 중요한 점 세 가지를 제시한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몸 쓰는 일을 할 것, 작은 지출, 그리고 정주생활이다.
일본 시즈오카현, ‘와쿠와쿠’로 불리는 지역공동체가 있다. 80년대 말부터 주로 도쿄대 출신의 연극·영화·음악인들이 귀농하여 80여가구가 차량으로 10분 거리 지역에 살고 있다. 한국에는 지역화폐와 태평농법으로 소개된 곳인데, 필자가 방문했던 2010년 실제로는 홈스쿨링을 하는 학생 한 명만이 지역화폐를 유지하고 있었고 태평농법의 텃밭에는 상추와 쪽파가 잡초에 묻혀 있었다. 마침 모내기 날이어서 보니 논을 갈지 않고 풀이 나 있는 상태에서 모를 심고 있었다. 와쿠와쿠의 경험을 모아 <반농반엑스>(半農半X)란 책을 냈다. 예술하던 사람들에게 농업노동은 쉽지 않았고 수입은 한 푼도 없었다. 새로 내린 결론은 ‘지출 없는 생활이 중요하다. 경차로 바꾸고 야채는 직접 생산해 먹자. 생활비는 한 해 1~2회 공연에 출연하여 조달하자’로 모아졌다. 이후 안정적으로 정착했는데 이를 ‘반농반엑스’ 란 말로 표현했다.
우리나라도 퇴직금이나 연금으로 유사한 귀농을 하고 있어서 그를 ‘귀촌’이라 하지만, 많은 귀농·귀촌자들은 차를 몰고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주말이면 친구들을 불러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도 좋아한다. 행정관청 지원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건 도시생활을 옮겨온 것이지 귀농이라 할 수 없고 얼마 못 가 다른 친구에게 집을 팔고 되돌아간다. 귀촌은 가치관과 세계관의 정돈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톨스토이는 “사람에게 나쁜 것은 모두 도시에 모여 있고 좋은 것은 시골에 가득하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경쟁관계 속에서 검투사처럼 살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자연과 사람과 노동을 경외하고 관계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살겠다는 것, 도둑이 들어와도 가져갈 것 없는 자발적 가난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귀농도 젊어서 하는 것이 유익하다. 사람 귀한 곳에 사람대접이 있다. 시골학교는 학생들이 너무 적어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돈이 들지 않는다. 자녀들에게 도시교육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보배로운 삶을 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다. 부모가 무슨 일을 하면서 자신들을 길렀는지, 부모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지를 보고 알고 성장한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가정과 삶이 붕괴된 원인에는 수입에 맞추어 살지 않고 지출에 맞춰 돈을 벌려고 하는 것에 있었다. 부자로 사는 길은, 필요한 만큼 돈을 많이 벌거나 아니면 돈 없이도 만족하며 사는 데 있다.
박기호 신부(소백산 산위의마을 촌장)
![](http://img.hani.co.kr/imgdb/original/2014/1127/well_2014112706882.jpg)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