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사는 것=죄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즐기기 위해 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이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그것도 많이.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나는 먹고, 즐겨서 좋은데 그만큼 환경은 오염된다. 나는 내가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는 만큼의 가치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 마음이 무거워진다.
*일회용품 안쓰기 캠페인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우리나라 동해 바다인가, 어디쯤에는 쓰레기를 합법적으로 버릴 수 있는 위치가 있다고 들었다.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는 땅은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바다에 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버린 그 수많은 비닐봉투, 페트병, 휴지, 옷, 기타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잡동사니들이 바닷 속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니고 있는 것을 상상하면, 헉! 하고 숨이 막힌다.
음식을 남기면 지옥에 가서 평생 남긴 음식을 다 먹는 벌을 받는다고 어렸을 때 들었는데, 쓰레기도 그런 식으로 지옥에 가서 다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아이러니한 것은 예전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때는 내가 이렇게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지 몰랐고, 쓰레기 배출에 신경을 쓰는 요즘 오히려 내가 쓰레기를 매우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외식을 많이 할 때는 완성된 밥상을 받아서 먹고 돈을 내고 자리를 뜨면 그뿐,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료를 사고 다듬으며 나오는 쓰레기, 남은 음식쓰레기 등등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집에서 음식을 해먹어보라. 재료 포장 비닐, 음식에 필요한 양념 등 부재료 포장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등등... 엄청난 쓰레기가 나온다.
또 분리수거라도 열심히 한다고 비닐봉투 씻고, 찢어서 말린 후 분리수거하다보면 (오물이나 물기가 있는 비닐은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한다) 내가 배출하는 비닐 하나하나를 다 확인하면서 또다시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래서 내린 중간 결론은 일회용품을 가능하면 안 쓰는 것이다.
100% 안쓰기 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내가 정한 원칙은 이러하다.
1.현재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품만 쓰고, 다 쓰면 새로 일회용품을 사지 않고, 대체품을 쓴다.
2.화장실에서 쓰는 휴지는 일단 제외대상이다. 비데 사용을 반대하는 입장이고, 비데를 사용하지 않고 호스 등을 연결해 물로 씻는 가정의 사례도 봤으나 이렇게 하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 -,.-
현재 실천 또는 시도 중인 일회용품 안 쓰기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휴지
크리넥스는 비싸기도 하고, 고급펄프 낭비가 심해 아예 안사기 시작했다. 실내용도 두루마리 화장지를 썼지만 이제는 화장실과 부엌의 기름 제거용 휴지를 제외하고 거실과 방에 휴지를 두지 않는다.
휴지 대용으로 쓰는 건, 광목천을 사다가 재봉기로 시접 처리를 해서 만든 손수건 같은 천들. 휴지가 필요한 용도에 쓰고, 여러 장 모이면 손빨래해 실내 가습 용도로 미니 건조대에 걸어 말린다.
필수적으로 쓰는 두루마리 화장지는 우유팩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을 쓴다.
종이행주도 안 쓴다. 위생 문제 때문에 종이행주를 한때 썼었다. 빨아 쓰는 종이행주, 라고 해서 종이지만 질겨서 빨아서 여러 번 쓸 수 있는 것도 있었는데 그래도 종이는 종이. 행주 역시 면으로 된 행주와, 원단 사다 추가로 만든 면 행주를 여러 개 놓고 수시로 빨아 쓴다.
휴대용 휴지도 안 쓴다. 긴급한(!) 상황을 대비한 용도로 갖고만 다니지 거의 쓰지 않는다. 손수건을 쓴다. 외부 화장실에서 손 닦고 나서도 종이타월을 쓰지 않고, 음식점의 종이냅킨도 쓰지 않고 내 손수건을 쓴다.
2.청소용 밀대 부직포
청소할 때 먼지와 머리카락이 잘 달라붙는 일회용 부직포를 밀대에 끼워 썼었다. 부직포를 다 쓴 후로는 새로 사지 않고, 극세사 걸레를 붙여서 쓴다. 효과는 큰 차이 없지만, 걸레 손빨래를 해야 한다. 하면 된다.
3.비닐봉투
지퍼락은 예전에 사다 놓은 게 있어서 아직 쓰고 있지만 다 쓴 사이즈도 새로 사지 않는다. 식재료나 물건 살 때 할 수 없이 같이 포장돼 오는 비닐을 가능한 재활용하려고 한다. 식빵을 넣은 포장은 기름도 없고 거의 새것같이 깨끗한데, 깨끗한 비닐이 필요할 땐 식빵 비닐 같은 것을 잘 챙겨뒀다가 쓴다.
필요한 비닐의 위생상태가 여러 단계이기 때문에 비닐봉투 재사용이 은근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간다. 부석대고 금방 복잡해지는 비닐봉투들을 정리하는데 인내심이 필요하다.
장보러 갈 때는 장바구니와 함께 재사용하는 비닐봉투, 천으로 만든 봉투, 밀폐용기 등을 챙겨간다. 굳이 불편을 감수하는 이런 태도를 아직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난 얼굴이 두꺼운 관례로...
4.생리대
이건 건강 때문에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한 것이다. 일회용 생리대에는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가서 건강에 안 좋다고 한다. 면 생리대를 쓰면 역시 손빨래가 뒤따라온다. 귀찮고 번거롭지만 일회용품 사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면생리대는 가격은 비싼 편이다. 보통 유기농 면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비가 좀 높은 것 같다. 나도 처음엔 구매했지만 지금은 원단을 사다가 재봉기로 만들어 쓴다. 역시 손이 움직여야 한다.
5.일회용 포장용기
음식 포장해 올 때, 집 근처면 집에서 밀폐용기를 갖고 가 포장해 오고, 젓가락, 포크 같은 일회용 부대 물품은 갖고 오지 않는다.
외출할 땐 텀블러를 갖고 나가서, 생수기의 물 받아 마실 때 쓰고 커피나 음료 사먹을 때도 일회용 컵 대신 쓴다. 텀블러를 갖고 가지 않아 불가피하게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을 경우, 컵 슬리브나 뚜껑, 빨대도 쓰지 않는다. 주문할 때 미리 말해야 낭비가 없다.
내용을 종합해보면 ‘일회용품 안 쓰기=손빨래 많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일회용품을 적게 쓰려면 몸이 바지런해야 한다. 수시로 손빨래 하는 게 몸에 익어야 일회용품을 안 쓰고도 집안이 돌아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진리다.
![](http://img.hani.co.kr/imgdb/original/2013/0325/well_201303251048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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