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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벗님글방

무소유로 살아야 하는 이유

등록 2013-03-11 21:55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마르 12,28~34)” 

반세기 전만 해도 학교는 구경도 못해본 사람 천지로 살아가던 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식은 없었지만 지혜가 깊었던 시대입니다. 학교 안다닌 일자무식이 많던 시절에는 그래도 탐관오리에게 손가락질 할 줄 알았습니다. 인정과 옳고 그름과 염치와 부끄러움이 있었던 시대이지요. 

못 배웠지만 3.1운동에 태극기를 들고 만세시위에 참석한다는 것은 옳고 그름의 토론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자유당 이승만 시절 신문도 읽을 줄 모르던 사람들이지만 대통령 선거부정에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결국 이승만 정권을 끌어내렸습니다.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정의롭고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고 예의염치를 알고 환란상휼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이 가난한 사람들의 영성이기 때문입니다. 가난의 영성에 담긴 능력인 것입니다.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가난한 사람들이 정의롭고 예의염치를 아는 이유는

배움의 몫이란 배우지 못했을 때보다는 월등하게 자신과 사회적 삶을 더욱 고양시키는 것입니다. 효자는 더 훌륭한 효자가 되고 인정은 더욱 많아지고 양심은 더욱 바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우지 못한 사람도 전혀 불편없이 살게 만드는 것이 배움과 지식의 목적이고 의무입니다. 

돈을 버는 일도 그렇습니다. 돈이 없을 때보다 더 인심이 후해지고 측은한 이에 대한 동정심과 나눔이 더 커지고, 생활의 기품이 높아지고 더 건강해 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소명도 있습니다. 

이제 모두가 공부를 했고 제 돈이건 은행돈이건 나라 돈이건 아파트도 승요차도 많고 노숙자도 핸드폰을 사용하는 시대입니다. 자, 그러면 지혜가 더욱 빛나고 인지의 꽃을 피우고 세상이 더 발전하였을까요? 많이 배우고 돈이 많다는 것이 인간의 삶이 더욱 아름답고 위상이 빛나게 만들었을까요? 

많이 배우고 돈이 많아져 인간의 삶이 더욱 빛나졌는가

기괴하게도 반비례로 추락했습니다. 지혜는 돈으로 거래될 수 없는 것이라 이웃에게 무상으로 가르치지만 지식은 돈 주고 경쟁하며 배운 것이라 사고 파는 물건이 되어 명품으로도 팔고 박리다매로 바겐세일도 합니다. 

그래서 많이 배우고 돈이 많은 자는 못 배운 자를 차별하고 서럽게 만들지만, 못 배운자의 지혜가 많이 배운 자를 부끄럽게 합니다. 못 배우고 가난한 이의 인정과 나눔이 가진 자의 독점과 호사와 사치 향락과 인색함을 부끄럽게 합니다. 

배가 부르고 부자가 되면 다음 순서는 탐욕과 색정의 길이 나타나고 영혼의 황폐와 타락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이 배운 지식으로 부러워하는 자리를 얻게 되면 다음 순서는 부자와 힘있는 자의 머슴으로 살게 되고, 역시 타락의 길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륜이란 사람 사는 길로서 하느님의 지혜와 법을 사랑하고 인정을 나누며 사는 것입니다. 배우고 가졌다는 것이 그것을 북돋우지 못할망정 망쳐내서야 어찌 공부하는 일인들 돈버는 일인들 사람의 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했거늘. 

사람답게 살려면 가난하게 사는 길이 빠르다

못 배우고 가난해도 영혼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이 더 중요하지요. 아무래도 사람답게 살려면 가난하게 사는 길이 빠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안달해도 어쩔 수 없으니 나중 순서로 미루고, 우선 할 수 있는 것 먼저 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치유의 길은 두 가지 방법 뿐 인데. 첫째는 자발적으로 가난해 지는 것입니다. 이미 배운 지식을 버릴 수는 없지만, 기꺼이 하찮은 것으로 여길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자연의 지혜를 얻고자 힘쓰는 것입니다. 재물도 그러합니다. 내 것이니까 내 마음대로 내어 놓을 권리가 있습니다. 움켜쥐고 살면 배부른 자와 배고픈 자가 있게 마련이지만, 내어놓으면 아무도 가난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못 배우고 가난했던 시절. 시대의 영혼이 타락하기 이전으로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영혼의 정화와 치유와 자유를 위해 스스로 가난한 삶을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두 번째 치유의 방법은,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요, 경제적으로 망하는 길입니다. 모두가 가난으로 평준화 되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가 50년 정도 빈민국으로 떨어지는 것이 영혼을 살리는 유일한 처방이 될 수 있습니다. 비만과 기름기가 좌~악 빠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가난함이 우리들의 영혼을 하늘이 담긴 호수처럼 맑게 정화될 수 있음을 믿으면서 자발적 가난으로 사는 것이 무소유의 삶이고 청빈의 삶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결론이 그렇다면 어물거릴 것 없이 서둘러 실천하면 되지요. 그렇게 모인 곳이 산위의 마을입니다. 공부하고 돈 버는 일은 궁리가 많아야 하고 조건도 복잡해서 내 마음대로 될 수는 없다 치더라도 버리고 떠나는 일조자 내 자유로 못해서야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율법학자: 어느 계명이 가장 클까요?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지요? 

예수: 하느님을 사랑하는 영성과 지혜와 진리의 삶, 하느님과 자연과 조화롭고 사이좋음으로 지내고 사물의 옳고 그름을 아는 것이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 계명도 이에 못지 않나니, 사람을 사랑하고 인격을 존중하고 측은함에 긍휼히 여겨 배려하고 부끄러움을 알고 사양할 줄 알고 예의염치를 갖는 것 또한 첫째 계명 못지않게 중요하다! 

율법학자: 과연 그렇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희생 없는 제사, 도덕 없는 경제, 인격 없는 교육, 노동 없는 富, 인간성 없는 과학, 양심 없는 쾌락, 철학 없는 정치보다 낫습니다. 

예수: 너는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있다. 

천국 문 근처에 얼쩡거리면 뭐할까? 잔치집 대문 밖에 서성이는 자 배만 더 고프지 않을런가... 

연못 가운데 동전을 던져 넣는 건 놀이일까 신심일까? (2013. 3.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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