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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벗님글방

짝퉁 보수와 진짜 보수

등록 2012-11-20 19:11

인도 캘커타의 빈민가에서 평생 이웃사랑을 실천한 마더 테레사 수녀. 지난 1988년 남아프리카를 방문해한 보육원에서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 <한겨레> 자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28~34).”

‘보수(保守)란 전통적 관습 안에 담겨있는 도덕과 윤리의 가치를 지키려는 신념과 태도’ 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도덕과 윤리를 인간의 도리로 여기고 중요한 가치로 삼고 보호하고 관습이나 전통으로 물려주려는 것이 보수주의 입니다.

도덕은 사물을 대하는 바른 마음입니다. 양심이고 내면의 법입니다. 도덕이 관계가 되면 윤리라고 합니다. 행위이고 태도입니다. 도덕은 인격이며 품성적 차원의 도(道)이고, 윤리는 공중(公衆)의 차원이며 공생의 도입니다.

밥을 굶고 있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혼자 배불리 먹는 것은 마음에 찔리게 되는데 그래서 조금만 먹자!로 판단함이 도덕적 행위입니다. 다음에 굶고 있는 사람에게 같이 먹자고 하거나 누룽지 한 조각이라도 나누는 것은 윤리입니다.

전철에 앉아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고 해서 죄가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의 도리가 아니고 그러면 못씁니다.

사람의 도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대한 존재를 공경하는 일입니다. 하늘과 조상과 위인의 삶을 기념하고 경신례와 지성과 예의를 갖추어야 합니다. 숭천경신(崇天敬神) 하는 것입니다.

두번째 도리는 인정(人情)입니다. 이웃과 사이좋음으로 지내고 특별히 약자에게 배려하는 것입니다. 경천애인(敬天愛人:하늘을 경외하고 사람을 사랑한다) 추식해의(推食解衣:밥을 내어주고 옷을 벗어준다) 하는 것입니다.

이런 도리를 예수님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하셨습니다. 사람의 도리를 전승받아 살고 가르쳐서 바른 성품을 만들고 관습을 따르게 하는 것이 가부장의 역할이고 사회적으로는 종교의 역할입니다.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뜻입니다. “경천애인(敬天愛人)이다!” “하느님과 맘몬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 원수를 사랑하고 약자를 섬기라.”

초월적인 대상, 하늘을 숭상하고 공동체적 질서와 예의를 강조하는 이념에서는 개인의 자유는 절제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교육’이란 개념은 ‘본능적 욕구에 대한 자기 절제의 능력을 가르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이 주변에 사람들이 있건 말건 상관 않고 애정 행위를 하는 것을 예의 없는 부당한 짓으로 단정합니다. 개인의 자유보다 관계적 삶의 절제, 이웃의 아픔에 배려하는 공동체적 의무를 강조하는 것을 인문학에서 말하는 보수(保守)의 가치입니다.

물질 숭배가 아닌 하느님 사랑,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아닌 사랑의 실행을 강조하신 예수님은 보수주의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그 가르침을 유대교의 전통(레위기와 신명기)에서 끌어내시기 때문에 근본주의자로 볼 수도 있겠지요.

공동체 삶은 정직하고 생명과 자연의 섭리에 따르며 소유와 물질주의를 거절합니다. 모두를 사랑할 수 없다면 가까운 이웃을 가족으로 여기는 공동생활로 삽니다.

공동체는 현대에서 하느님의 법과 인간의 도리를 따라 사는 가장 원리적이고 도덕주의로 사는 삶이기 때문에 공동체는 근본주의이고 보수주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정치적 입장에서 공박하는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은 개념의 짝퉁에 불과합니다. 자본과 권력을 절대시 하면서 사상과 이념이 다른 이를 적대시하고 타종교와 교파를 박멸의 대상으로 삼는 자들은 종교적 계명으로도 인간의 도리로도 잘못된 것입니다. 보수주의란 개념의 변질과 오염, 이념의 짝퉁이 진짜 너무 심하고 너무 많습니다.

오늘 주일미사에 입촌선서를 한 최석봉 데시데리오 형제에게 건강과 평화의 공동생활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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