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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벗님글방

내가 아직 행복하지않다면

등록 2012-10-16 14:32

소백산 산위의마을 미사   사진 조현

“너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마르 10,17~30).”

사람은 재물에 대한 소유욕과 지배욕 명예욕 등 욕구와 욕망을 갖게 마련이지만 그 중 가장 큰 욕망은 영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재물을 얻는 것도 다 못하는 세상에서 영원한 것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니까요.

“내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 착실한 유대교인이었던 부자청년 역시 가정교육을 잘 받아 계명생활에 충실하고 돈도 많기 때문에 적절히 기부도 하면서 원만하게 살면 행복함에 충분하련만 영원한 생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마르 10,17~30). 행일까 불행일까?

예수님께서도 대견하게 여기시면서 다만 “너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면서 가진 것을 나누고 당신을 따르라 요구했습니다. 믿음의 업그레이드를 요청하신 것이지요. 그러나 그 부름에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가진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가 묵상하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기를 그 부자 청년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부터 자신이 스승을 따르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70~80년대 대학생 청년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는 행동이 지성이었기 때문에 변혁운동에 참여하고 지지하는 운동권을 이루는 것이 시대정신이었습니다.

예수님 시대도 로마의 식민지배 아래서 시달리던 민중들의 저항은 청년들로 하여금 조국의 독립을 위한 운동권에 가담하는 생활을 찾아 출가 대열을 이루었습니다. ‘오직 야훼’께만 믿음을 두고 기도하는 민중들을 아나뷤(Anawim)이라고 합니다. 많은 청년들은 사막에 동굴 생활을 하는 에세네파 공동체에 들어가 메시아의 대림을 준비하는 공동생활을 했고 또 어떤 청년들은 무장봉기를 준비하는 혁명당(젤로트, 시카리파) 등의 단체에 가담하기도 했습니다. 제자 유다도 젤로트 출신입니다.

그런데 나는 뭔가? 부자청년은 물려받은 재산과 경영문제가 있고 딸린 식솔이 많아서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자기 현실을 자탄했습니다.

“예수님, 저는 어려서부터 신앙과 계명생활에 충실해왔고 유복하여 부족함이 없지만 저는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내 안에 영생을 얻고 싶다는 내적 갈망이 있고, 그것은 스승님을 따르면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몇 번씩 스승님을 따라야겠다는 내적 충동의 파동을 느끼곤 했고, 그러기를 벌써 몇 해이지만 저는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무책임한 것 같고 도피하는 것 같아서 잘 안되는 것예요.”

이것이 부자 청년의 고백일지 모릅니다. 부자 청년은 영생의 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우리시대의 참된 행복의 길인지를 그 해답을 알고 있습니다. 해답대로 살기 위해 지금까지의 삶의 양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부르심입니다. 재물이건 여건이건 이것저것 때문에 응답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가족들 모두는 우리 시대 생명과 평화의 길에 대한 부르심에 용감하게 응답하여 공동체로 살아가고자 선택하였습니다. 세속적 가치와 문화의 삶을 버리고 불편한 산위의 마을을 찾아온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정체성이고 자의식입니다. 어떤 인연이나 동기로 입촌을 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였다!’는 고백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공동생활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우리에게도 무엇인가 버리지 못하고 있는 한 가지 부족함 때문입니다. “부자가 천국에 들기는 낙타가...” 내가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낙타 무게만큼이나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부족한 것!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너는 나를 따르라!” 따름의 삶에 응답하여 공동생활을 하는 나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요?

창밖에 들국화가 엄청 노랗게 피어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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