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쁨이 너희 안에 충만하리라” _ 요한 15,9-11
‘주님, 우리는 당신의 크신 사랑만을 믿고 여기까지 왔나이다.’그렇지만 당신의 사랑보다는내 의지를 믿고 왔음이 더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렇더라도, “너의 의지 안에 내 사랑도 있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주님, 저는 당신의 가르침이 공동생활로 꽃피고 있는세계 도처의 마을과 삶을 부러워하며 애써 왔습니다.이제 당신의 사랑 아니고선 흉내 내기조차 어렵다는 것을 고백합니다.그렇더라도, “네 흉내 속에도 내 사랑이 있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주님, ‘구원의 방주를 띠우라!’ 는 소명을 받들고자 함은 변함없지만이건 출중한 지혜로나 오랜 수도원 전통의 경험과 능력으로 할 일이지저 같은 사제가 할 일이 아님을 갈수록 절감합니다.“지혜로운 능력자들이 내 음성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기에꿩 대신 닭으로 너를 쓰고 있는 거다!” 말씀해 주십시오.
주님, 오늘까지 땅을 가꾸고 씨를 뿌려며 살아온 시간들이무효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허무감에 빠질 때 마다“뿌리는 것도 나고 거두는 것도 나다.네 손만 빌리는 것이니 걱정 매어 두거라!” 말씀해 주십시오.
주님, 제 응답의 삶이 기쁨만은 아니었음을 당신이 아십니다.인내와 극기로 견뎌온 감동 없는 생활의 피곤에 지쳐있음을 자주 느낍니다.그렇다고 “네가 견디어 온 시간보다 더 오래라도 견뎌낼 만한 힘을 내가 주겠다!”제발 그렇게는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이제는 견뎌내는 복무가 아니라 누리는 평화를 원합니다.“그럼, 이제 그렇게 하자!” 라고 시원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주님, 암튼 저는 어쩔 수가 없어“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대답하십니다.“네가 비틀거리며 견뎌주는 순간이 내게는 사랑이었다.사랑은 본래 하트가 아니라 십자가니까!너는 내 영 안에 있으라!나는 피곤에 지쳐 웅크린 네 마음을 받아 편히 쉬게 하겠다!” (2012. 5. 11)
본 글은 박기호 신부의 <산위의 신부 www.sanimal.org>에도 실렸습니다.
![](http://img.hani.co.kr/imgdb/original/2012/0510/well_201205101196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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