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제품, 다양한 기능의 비싼 제품에 꽂혀서 그런 물건을 사들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몸에 탄력을 준다는 바디샤워를 쓰고 또 그와 세트인 바디로션을 주고, 발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발 전용 워시젤을 쓰고, 역시 발 전용 크림을 씁니다.
머, 얼굴에 쓰는 화장품은 한 때 스킨, 아스트리젠트, 로션, 크림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쓰는 것도 유행했죠. 요즘에는 프라이머라고 해서 스킨 이전 단계에 쓰는 제품이 유행입니다만...
그런데 이렇게 쓰던 어느 날, 갑자기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쓴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는 데다가, 이런 제품들이 신제품에 기능성이란 이유로 가격도 비쌌거든요. 여러 종류를 쓰면서 공간도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돈도 많이 쓰게 됐고요.
신제품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니, 새로운 제품에 현혹되다 보면 제품을 따라서 소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제품은 꼭 필요하다기보다는 신제품을 비싸게 내놓아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그 물건을 팔아 돈을 벌고자 하는 제조회사의 전략일 뿐이죠.
즉 소비자의 실제 필요와 제품의 공급 전략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에게 어떤 제품이 필요한 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상식적인 기준이 있어야 과소비를 하지 않을 수 있어요.
다양한 바디제품을 쓰던 저는 이것저것을 다 없애고 웬만한 것은 비누로 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샤워를 할 때, 손을 닦을 때, 발을 닦을 때 모두 비누 하나면 됐어요. 비누만 있으면 되니 욕실도 깔끔하게 정리됐고 돈도 별로 안 들고, 각종 화학제품이 들어간 워시 용품이 아닌 비누를 쓰니 친환경적이기도 했고요.
화장품도 그래요. 별의별 기능성 제품이 다 있지만 실제 그런 제품들이 당장에 피부에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닌 건 실험으로도 증명됐죠.
제가 다니는 피부과 선생님도, 기능성제품들이 오히려 피부에 부담을 주니 로션 위주로 바르라고 하시더라고요.
비싼 기능성 에센스를 바르는 것보다 운동하고 참 충분히 자는 것이 피부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데 더 좋습니다.
몸의 상태를 소비로 해결하고 나아지게 하려는 것은, 실제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조회사들이 만들어 낸 환상과 과장광고인 것이죠.
저는 머리가 건조한 편이라 어떤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헤어세럼을 항상 썼는데요. 이 제품이 적은 양인데도 1만원이 넘는 가격대로 비싸요. 그리고 한달도 채 못쓰죠. 한 달에 두 개꼴로 샀는데 효과도 그리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날 오일을 바르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굴, 몸, 머리카락 등에 모두 쓸 수 있는 천연오일이었습니다. 머리에 발랐더니 적은 양으로도 훨씬 찰랑찰랑해졌어요. 이 오일은 얼굴과 건조한 몸에도 쓸 수 있었고요.
결국 하나의 제품으로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었고, 비용도 훨씬 저렴하게 됐죠.
그러니 그럴싸한 신제품 광고에 현혹돼서 지르지 마시고 한번 더 생각해 보세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런 제품이 나에게 필요한지, 적당한 가격인지를요.
그리고 하나의 제품을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비누 하나로, 오일 하나로 대부분의 필요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