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벗님글방

동아시아 통합 문화 토양 ‘불류’

등록 2010-12-10 15:58

 살기 좋은 곳을 표현한 말은 유토피아 샹그릴라 도화원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이 세상에는 있을 수 없는  장소라는 것을 전제하며, 샹그릴라는 평생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누릴 수 있는 곳이며, 도화원은 항상 꽃들이 가득한 낙원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이지만 이 세상에 없는 이상향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그리고 종교적인 의미의 이상세계들은 현재의 몸을 버린 이후, 혹은 죽은 후에나 갈 수 있는 곳이라 현실세계와 맞닿아있는 언어는 아니었다.

 

 차선책으로 인간세계에서 살만 한 곳 꼽으면

 

 차선책으로 인간세계에서 살만 한 곳을 찾아 나섰다. 중국에서는 항주(杭州)와 소주(蘇州)를 살기 좋은 곳으로는 으뜸으로 쳤다. 그래서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 즉 하늘에는 천당 땅에는 항주·소주라고 했다. 따뜻한 날씨와 함께 쌀과 비단이 풍부하여 미백지향(米帛之鄕)이라고도 불렀다. 인근에는 유명한 서호(西湖)가 있어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더불어 용정차(龍井茶)가 늘 함께했다.

 

 미백지향(米帛之鄕) 정도는 못되더라도 그럭저럭 지낼만한 곳을 의미하는‘어미지향(魚米之鄕)’이란 말도 생겼다. 쌀과 생선이 풍부한 곳이라는 뜻이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우리 활동의 주요 에너지원인 까닭이다. 그래서 ‘흰 쌀밥에 쇠고기국’을 제일로 치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니 낯선 별칭은 아닌 듯하다.

 

 한중일 삼국 불교공동체를 꿈 실천 옮겨

 

 강소성 무석(無錫)도 그랬다. 인근 항주 소주의 유명세에 밀리긴 해도 나름대로 3000년의 도시역사를 자랑하는 어미지향이었다. 중국에서 넓이로는 서너 번째로 손가락에 꼽힌다는 큰 호수 태호(太湖)가 넉넉한 품을 자랑하고 있다. 수석수집이 취미인 이들에게는 태호석(太湖石)으로 익히 알려져 있고 , 차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벽라춘(碧螺春)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인근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소동파(1036~1101) 거사는 ‘나를 묻은 후에 나의 자화상을 정원 가운데 있는 태호석 밑에 묻어달라’고 했고, 호주(湖州)로 좌천되어 가면서도 ‘헤산에서 전(錢)도인을 만나고 소룡단(小龍團:茶의 일종)을 끓인 뒤에 꼭대기 까지 올라가 태호를 바라보았다’고 한 그 지역이다.     

 

 무석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지역이었다. 뒤로는 영산이요 앞으로는 태호인 곳이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불교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조박초(1907~2000) 거사는 한중일 삼국의 동아시아 불교공동체를 꿈꾸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후 이 운동은 한중일 불교의 황금유대로 성장했다.

 그 근거지로서 이곳 무석의 영산(靈山)에는 ‘대륙스타일’로 지어진 거대한 범궁(梵宮)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신앙공간 회의공간 숙식공간이 어우러진 종합 메머드 성전이었다. 완공 후  수백 명이 참석하는 세계불교포럼과 한중일불교대회도 몇 년 전부터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아직 새집이라 생경하고 어색한 부분이 더러더러 눈에 띄었지만 그건 ‘옥의 티’에 불과했다. 시간이라는 세월의 더께가 더해지면 운영의 노하우까지 쌓여 아름다운 영산회상(靈山會上)으로 현현하게 될 것이다.

 

 한류와 중류, 그리고 일류가 마음껏 넘나들며 공류

 

 그 자리에서 2010년 10월19일 ‘한류 중류 일류 그리고 불류’라는 제목으로 필자의 생각을 피력할 영광의 기회를 가졌다.

 “현재의 한중일 상생(相生)시대는 3국을 동시에 광장화(廣場化)하는 문화시장으로 단일화되어 넓혀지고 있다. 한류(韓流)와 중류(中流) 그리고 일류(日流) 가 서로 이웃지역을 마음껏 넘나들면서 공류(公流)를 만들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이 모든 것의 저변에는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동류의식이 알게 모르게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바로 불교적 토양 즉 불류(佛流)라고 이름할 수 있겠다. 불교는 동아시아를 통합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두터운 문화적 토양인 것이다.” 

 

 한류(韓流)와 중류(中流) 그리고 일류(日流)가

 서로 만나 불류(佛流)가 되니

 미래의 동아시아 공동체는

 세계의 중심지역으로 우뚝 솟을 지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나옹선사는 1.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나옹선사는

세습 준비중인 대형교회 7곳은? 2.

세습 준비중인 대형교회 7곳은?

하늘이 당신에게 시련을 주는 이유 3.

하늘이 당신에게 시련을 주는 이유

코뚜레 뚫자 졸도한 송아지 4.

코뚜레 뚫자 졸도한 송아지

“지역민에게 ‘놀 판’ 깔아주니 ‘새 불교 발상지’ 이름났네요” 5.

“지역민에게 ‘놀 판’ 깔아주니 ‘새 불교 발상지’ 이름났네요”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