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의 미소, 점토의 몸짓, 금속의 찌르는 도약, 로마네스크 양식의 웅크림, 고딕식 돌의 상승’. 깊고 아름다운 비유다. 예술에서 재료 자체가 지니는 지각과 감각을 묘사한 표현이다. 이런 이미지를 내게 자아낸다; 형형색색 유화 물감이 미소 짓고, 점토가 움직이며 자신을 비틀고 춤추거나 회전하며 온갖 형체로 변형되며, 조형물의 차가운 금속이 뾰족하게 찌르고, 거대한 석조건축물이 단단하게 웅크려 서 있으며, 성당 첨탑들이 하늘로, 위로, 멀리 올라가는~~
철학 예술 과학에 대해 말하는 들뢰즈/가타리의 글에서 가장 빛나는 문장이다. 그 포인트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물들 자체가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재료 자체가 어떤 정서나 감각을 지닌 예술의 한 주체적 요소라는 것으로 읽었다. 단지 작가가 느끼는 질감이나 물성 수준이 아니다. 그것이 말하고 표현하고 움직인다. 작가와 함께.
음악가는 악기의 감각과 자신의 감각을 조율한다. 둘이 만나 음악이 된다.
화가는 재료와 풍경이 지니는 감각과 마주하고 새로운 이미지와 감각을 창조한다. 재료에 따라 아트의 방법과 장르가 달라진다. 흙, 먹 혹은 물감, 돌, 실, 천, 철, 쓰레기, 나무, 빛, 자연물, 사물 등등.
시인과 소설가는 언어를 재료로 하여 언어의 배치에 변용을 가하여 새로운 감각의 흐름이나 서사를 만든다.
사진사는 풍경과 사진기를 로 낯선 감각을 포착하고 창안한다. 아니 사진기의 시선으로 사물을 본다.
댄서와 연극인은 재료인 자신의 몸으로 어떤 서사를 만들고 새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조각가와 건축가는 나무와 돌과 자재 등을 재료로 새로운 이미지와 공간을 창조한다.
우리는 자신의 몸으로 드라마를 쓰고 연출을 하고 무한을 향한다.
내가 만나는 사물과 존재자들이 지니는 감각과 기운에 온전히 스며들고프다.
우리는 삶으로 예술을 한다. 언어라는 재료로, 자신의 몸이라는 재료로. 우리 각자는 예술가이고 우리는 미학적 구성체이다. 너와 나는, 만남을 통해 서로의 감각과 정서로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다.
글 황산 (씨알네트워크 대표, 인문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