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나인가? “높이 달린 구리뱀을 쳐다보라(출애 민주 21,4~9)”
교회는 왜 성전 가운데 부활하신 예수님보다는 십자가를 걸어놓았을까요? 왜 십자가를 구원이라고 말할까요?
구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문제의식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번뇌와 고통, 두려움과 긴장, 권태로움, 환란과 궁핍, 질병과 사고와 죽음... 그 모든 것이 나와 공동체의 문제로 느껴지는 것이 구원을 요청합니다. 불교는 그 모든 것이 허상이므로 속지 말고 진상을 보는 것이 문제 해결이라 하기 때문에 ‘自力救援(스스로 구원됨)’의 입장이고, 그리스도교는 결정적으로는 구원자가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믿기 때문에 굳이 말하면 ‘他力救援(누군가에 의한 구원)’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 “내가 나임을 믿지 않는다면, 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십니다. 문제의 상태를 죄로 규정했을 때 구원받는 길은 내가 왜 나인가를 아는 것이 구원이라고 가르치십니다. 왜 내가 나인가? 나 자신과 나를 보는 ‘나’는 다릅니다. 내가 누군가 어디로부터 왔고 무엇으로 살고 왜 이렇게 문제에 빠지게 되었는가? 그것을 아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입니다.
가령 가족끼리 다툼이 생겼다고 할 때 그 갈등을 해결하는 길은 왜 갈등이 생겼는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는가를 보고 아는 것이 갈등의 본질이고 화쟁의 열쇠가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툼이 왜 생겼는지 무엇으로부터 왔는지를 보지 않고 상대방과 대화에서 발전해버린 형식적인 문제들, 말투가 기분 나쁘다. 태도가 나쁘다 등을 보면서 싸웁니다. 지배하고 복종시키는 것이 해결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참 많습니다.
뱀에 물려 혈압이 오르고 열이나고 다리가 부어 오르는데 무슨 약을 써야 해결일까? 내가 뭐라고 했나 그곳에 가지 말라했지. 혈압이 오르고 숨이 가쁘고 다리를 절룩거리니 지체장애자 같네. 해열제를 먹어야지... 뱀에 물렸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고 증상을 놓고 얘기 하는 것은 우매합니다. 치유와 관계없습니다. 뱀독을 빼내야 하지요. 그렇기 위해서는 이 상처가 뱀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독사에 물린 자 모세의 구리 뱀을 쳐다보고 살아났다고 합니다.
모든 종교 수행은 내가 누구인가? 를 질문하게 합니다. 始原을 보라.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아는 것이 해답의 실마리다.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아는 자는 하느님의 뜻을 볼 줄 알고 서로 사랑합니다. 부부간에 이기심과 자존감이 커서 대립하므로, 내 성질머리가 그러하므로 늘 가정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면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입니다.
십자가가 구원이란 것은 ‘내가 누구인가?’를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비롯함을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인간인데, 하느님의 아들까지도 죽일 수 있는 인간일 뿐 아니라, 그것이 하느님을 위한 일이라고 믿었던 믿음이 문제였다는 것을 십자가를 바라보며 회개하게 합니다.
‘나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내 자식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아직 모르는 내 자신, 내 자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내 이웃과 선생님이 알고 있는 부분이 있고 그것이 더 결정적일 수 있는 겁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니 문제는 더 엉킬 수밖에 없고 그런 잘못된 믿음에서 문제가 시작되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내 결정이 가정을 위해서, 자녀를 위해서라고 굳게 믿었겠지만 내 생각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가정을 파탄내고 자식농사를 완전히 망쳐버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아는 것부터가 문제해결의 시작입니다.
“나는 야훼다(있는 자 그로다!)” '너 자신을 알라!' 내가 나임을 아는 것,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임을 아는 것, 나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라는 것, 나만이 그런 것이 아니고 타인도 또한 그렇게 소중한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존중한다면 왜 무시하고 싸우고 죽이고 하겠습니까? 뱀에 물리고도 왜 뱀을 바라보지 않는가? 하느님을 죽이고도 왜 십자가를 바라보지 않는가? 그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뉘우치는 수행의 시기가 사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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