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의 기브스를 풀고, 어깽 힘을 뺀 나긋나긋한 여행객들을 보면 매사 얼마나 긴장하며 살아가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굳고 메마른 땅에서 식물이 자라기 어렵듯이, 딱딱한 매너와 표정 속에서 사랑과 평화가 싹트긴 어렵다.
*산토리니 이아 마을에서 일몰을 지켜보는 사람들.
오늘날 지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아나 빈곤이나 전쟁이 아니라 '긴장'이라고 주장하는 영성가도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긴장 때문에 파생된다는 것이다...그런데도 지금은 컴퓨터가 꺼지지 않고 계속 부팅되는 것처럼 휴식하고 숙면을 취해야 할 때조차도 쉬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여유 있게 나누는 사람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다. 쫓기는 듯한 마음의 긴장에서 놓여나 평화로운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적지않게 만났다. 어느 나라보다 아름다운 정경을 자랑하는 그리스지만 그것보다 더욱 나를 사로잡은 것은 남다른 정이었다.
*산토리니 이아마을에서 본 해 지는 모습.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말한다. "모든 나그네와 걸인은 제우스에게서 온다."그리스인들은 내 어머니가 시골에서 여행객과 행상과 걸인들을 집에 들여 먹이고 재운 것과 다름없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리스 신들의 고향이라는 올림포스 산이 있는 리토호로 시에서도 가피를 준 것은 신이 아니라 그리스의 평범한 아저씨와 아주머니였다.
<그리스인생학교>(조현 지음, 휴) 중 12장 '단순한 아름다움, 산토리니' 중에서
*산토리니 이아 마을의 풍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