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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벗님글방

아내가 내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면?

등록 2011-08-05 17:30

영화 <달콤 쌉싸름한 연애비법>에서 90살 청춘 <분노하라> 저자가 유태인수용소에서 잃지않은 용기의 원천은 자기친구 사랑한 아내 이해한 <분노하라> 저자 스테판 에셀의 부친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분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책 <분노하라>. 전직 투사이자 외교관이었던 90대의 노인이 간결하고 쉽지만 확신에 찬 어조로 세계의 불평등에 분노하라고 부추기는(!)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지만 책을 읽고 나서 정작 가슴에 깊게 남은 것은 저자의 가정배경이었다. 옮긴이가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본문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저자와 이메일한 인터뷰 내용이 책에 실려 있다. 옮긴이는 “책에 소개된 프로필 외에 격동의 20세기를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그간의 삶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들려 달라”며 첫 번째 질문을 했는데 저자는 지금의 자신을 형성한 가장 중요한 일로 부모님의 사랑 방식에 대해 말했다. 그의 부모는 예술가였는데, 그의 어머니는 나중에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와 사랑에 빠졌다. 어머니는 아버지 친구와 살았다. 아버지도 그들의 관계에 동의했다고 한다. “제 입장에서, 어머니가 아버지 아닌 다른 남자와 산다는 것은 거슬리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고, 아버지도 그 사랑에 동의했으니까요. 아버지는 이를 비도덕적인 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일은 일찍이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아주 깊은 곳까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저는 세간의 도덕이나 윤리 같은 것과는 거리를 두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도덕이란 타인들과 사회가 만들고 우리에게 강요하는 규범에 순응하는 것일 터입니다. 또 윤리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만들어가야 할 것, 즉 발명이며 창조(말하자면 결국 각자 자기만의 자유를 얻어내는 일)일 테니까요. …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우리 집안 분위기는 관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면 저자는 어떤 말을 들었을까? 아마 콩가루 가정환경에 자란 자식이라는 평가나 받지 않았을까? 그러나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은 외부에서 주어진 규범이 아닌 자신의 마음에 충실히 따르고, 또 그것을 인정하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세계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투사가 되었다. 이런 정신은 어떤 권위에도 굴하지 않는 굳건한 마음을 그에게 만들어주었고,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았으나 극적으로 탈출하고, 여러 죽음의 고비를 운 좋게 넘으며, 고령의 나이에도 젊은이들에게 삶의 충동을 불어넣는 낙천적인 사람으로 그를 만들어 주었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우리나라에는 왜 ‘사랑’을 자신의 정체성의 근원이라고 사유하는 유명한 인물들이 없을까. 제도권 안이나 제도권 언저리에서 조그만 권력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는 아무리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언행을 하더라도 유독 사랑의 영역에 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갖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정치인들(대부분 남자)은 대부분 현모양처(로 보이는) 아내를 두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한 사람을 언급하는데 애정관계에 대한 것은 아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을 아는데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른 분야 못지않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공감능력,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한 정치인들이야 말로 사랑에 대해 더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체면과 격식이 중요한 정치, 경제, 사회의 영역 못지않게 (대중)문화 영역도 여전히 경직돼 있다.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어떤 록커는 결혼과 이성관계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생각을 수시로 얘기해서 그의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들을 때마다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아무리 자유롭게 행동해도 이성관계에 대한 고정된 관념, 결혼제도 등은 마치 무슨 숙제인 것처럼 고정된 상태로 감싸 쥐고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 중에서는 제도권(결혼제도) 밖에서 김어준, 목수정 씨 등이, 제도권 안에서는 신해철, 김정운(교수) 씨 등이 한국사회의 박제 화된 사랑 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기존 제도권 안에서 사랑에 대해 해방된 시각을 보여주는 인물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복잡한(?) 이성관계를 가질 필요는 없다. 문제는 생각 차원에서도 머리가 굳어 있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사랑에 관해 자유로운 사고를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이,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욕망을 직시하지 못하고 성찰할 수 없는 사람이, 사회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있을까? 두 개가 분리된 사람이라면 사회에 대한 그의 시각 또한 진정성 또한 의심해야 되는 것 아닌가. 20세기 동아시아 최고의 문장가로 격변의 중국 근대사 속에서 세대와 관습을 뛰어넘은 사랑을 했던 루쉰,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도 뜨겁게 사랑하고 소통했던 최초의 계약커플 사르트르와 보봐르, 세 번 결혼했던, 유치한 바람둥이가 아니라 사랑의 화신이었던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
왼쪽이 네루다. 세상을 큰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었으나, 개인적으로도 전혀 억압되지 않았으며, 사랑에 관해 관습에 억눌리지 않는 자유의지를 펼쳤던 인물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인물들이 점점 많아져 한국사회의 밑바닥에 깔린 굳은 의식이 깨졌으면 좋겠다. 이건 관습이나 제도를 지켜야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랑이 왜 중요한 지,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의 문제다. “이 방면의 최고의 고수는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사랑을 한다. 상대는 주로 팔자 사나운 과부들이다. 상부살 잔뜩 낀 과부들과 떠돌이 유랑객과의 사랑이라니? 이보다 더 사나운 궁합이 있을까 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의 사랑의 행로에는 늘 생의 환희가 함께한다. 번뇌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왜? 사회가 부과한 어떤 망상체계에도 지배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단언한다. `자유라는 거지.' 따라서 그에게 있어, 사랑이란 ‘자신의 생의 약동’을 자연스럽게 발로하는 행위이다.” (고미숙,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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