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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순례기

광주 동광원 본원-귀일원

등록 2005-10-28 22:34

스승 그림자도 밟지말되, 스승 걷던길은 따라밟는다

날(15일)을 앞두고 찾은 '그 스승에 그 제자들'은 세상에 드러나길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향기는 맑고 밝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현필 선생과 제자들="언니, 나 역기 아파." 어린 양하는 미소(32)의 볼을 어루만져주는 복은순(64) 원장은 영락없는 미소의 언니였다.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2동 132-1 귀일민들레집. 정신연령은 1~3살 정도에 불과한 성인정신지체자 61명. 이들의 얼굴은 어떤 가정의 어린이들 못지않게 밝았다.

귀일원 여기저기를 분주히 헤집고 돌아다니는 정신지체자들과 이들의 대소변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귀일원 공동체 식구들의 모습은 귀일원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신장애인 100명의 쉼터인 귀일정신요양원도 여느 곳보다 평화롭고 개방적인 모습이다. 이 시설들의 모태는 (맨발의 성자)의 실존 인물이자 '동방의 성 프란체스코'로 불리는 이현필(1913~1964) 선생이 1950년에 오갈 데 없는 고아들을 위해 설립한 동광원과 1964년 거리에 버려진 불구.폐질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설립한 귀일원이다. 그리스도적 사랑의 실천과 완전한 순결의 기독교공동체를 꿈꾼 이현필 선생은 끼니를 잇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던 당시 "내가 밥을 먹으면 다른 사람이 먹을 몫이 줄어든다"며 거의 밥을 입에 대지 못한 채 피골이 상접한 몸으로, 겨울철 눈보라 속에서도 맨발로 걸어다니며 고아와 장애인들을 먹여살렸다. 폐결핵 환자를 돌보다 쉰한살에 폐결핵으로 숨을 거둔 그의 삶은 한국적 영성의 모델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당시 그의 정신에 감명을 받은 지식인 등 많은 사람들이 그의 헌신적인 삶에 동참해 노동수도공동체인 동광원을 일구었다. 현재 귀일원을 이끌고 있는 15명의 여성 수도자들도 당시 동광원에 합류했다. 귀일원은 올해 보건복지부에 의해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자신들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이들은 "분수에 맞지 않는 상"이라며 부끄러워했다. 독신으로 평생을 헌신하는 이들은 200여만원의 월급 가운데 15만원만을 받고 나머지는 시설을 위해 적립한다.

전북 남원과 전남 화순, 경기도 고양의 동광원 분원에서 노동과 영성의 정신을 이어가는 숨은 수도자들, 경기도 포천에 개신교 수도원의 시조인 은성수도원을 설립해 개신교에 영성을 일깨운 엄두섭 목사, 이현필 선생을 만난 뒤 전남대 농대 교수직을 던지고 함께하다 71년 새마을연수원장으로 임명돼 '이현필 정신'을 새마을지도자 교육에 그대로 활용했다는 김준 귀일원 이사장, 경기도 화천 시골교회에서 장애인 20여명과 살고 있는 임낙경 목사.. 이현필 선생은 숨은 제자들의 삶을 통해 이렇게 살아 있다. 조현기자(한겨레신문 2000년 5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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