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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순례기

아우렐리우스 명상록-내가 죽으면

등록 2011-06-05 14:3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고기와 술과 주문을 바쳐서 운명의 조류를 외면하고 죽음을 회피하려고? 천만에!”  “신으로부터 불어오는 강풍은 고된 노를 저으며 불평 없는 마음가짐으로  어차피 맞이해야 하는 것.”

  당신은 오늘 죽은 몸이라고 생각하라. 당신의 전기가 끝났다고 생각하라. 그런데 약간의 시간이 당신에게 더 주어진다면 그것을 계약에도 없는 덤으로 여겨라. 그리고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그 시간을 살아라.    왜 당신은 수명의 연장을 원하는가? 감각과 욕망을 체험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성장의 지속인가? 성장의 중지인가? 당신의 언어능력이나 사고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인가? 이러한 것들이 진정 연민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러한 것들은 거들떠볼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 만물의 최종목표를 향해 매진하라. 최종목표란 이성과 신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존중하는 행위는, 죽음이 신으로부터 다른 것들을 빼앗아갈까 하는 염려와는 양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후에도 영혼은 살아남는다면 우리 위에 있는 공기는 태고 이래 그 죽은 자들의 영혼을 수용할 공간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아득한 옛날부터 매장된 인간의 시체를 수용할 공간을 대지는 어떻게 발견했을까를 묻는 편이 더 낫다. 잠시 휴식이 있고 나면 부패와 변화가 다른 시체를 위해 여분의 공간을 대지에 마련해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기 속으로 옮아간 영혼은 변이와 분해에 앞서 잠시 공중에 머물러 있다가 다음 순간 다시 변전되어 불로 변하고 우주의 창조적 원리로 환원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다른 영혼을 받아들일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영혼불멸을 믿는 사람들의 해답은 바로 그러한 것일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그렇게 매장되는 인간의 시체에다 우리와 다른 동물이 매일 잡아먹는 동물의 수를 가산해야 한다. 이렇게 죽어서 자신을 잡아먹는 동물의 먹이가 되어 그 몸 속에, 이를테면 퇴적되는 수가 얼마나 많은 것인가! 그러나 그들은 피로 흡수되고 다음 순간 공기나 불로 변화되는 과정에 의해서 필요한 모든 공간은 다시 마련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진실됨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그것은 사물과 그 원인을 구별함으로써 가능하다.    “흙에서 나온 것은 흙으로, 하늘에서 나온 것은 하늘로 돌아간다.”-이것은 분해에 의한 현상이다. 즉 원자구조의 분해와 무심한 원소의 소산에 기인한 것이다.     나는 쓰러져 죽을 때까지 자연의 길을 여행하겠다. 그리하여 내가 매일 들이마시던 대기 속으로 나의 마지막 호흡을 반환할 것이며, 나의 아버지가 씨를 얻고 어머니가 피를 얻고 유모가 우유를 얻었던 대지에 깊이 묻히리라. 그 오랜 세월 동안 나에게 매일같이 육류와 음료를 공급해주고 그렇게 무자비하게 남용되면서도 여전히 내가 그 표면을 짓밟기를 허용하던 대지에 묻히겠다.    명상록(문예출판사 펴냄·이덕형 옮김)에서 발췌.   로마제국의 제16대 황제(재위 161~180)로 5현제(賢帝)의 마지막 황제이며 후기 스토아파의 철학자로 《명상록》을 남겼다. 당시 경제적·군사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고 페스트의 유행으로 제국이 피폐하여 그가 죽은 후 로마제국은 쇠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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