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 식욕·성욕 이기려고 끊임없이 ‘자기 부인’
‘향락 거부‘ 아쉬람서 혼숙하던 커플, 잔소리에…
아침 7시 30분에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먹는 음식이 바로 그 사람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했던 간디의 신념에 따라 음식은 절제된다. 나흘째였지만 음식 종류는 변함이 없다.
인간에게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기본적인 욕망은 무엇일까. 식욕과 성욕이다. 간디는 이런 욕망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 부인’을 끊임없이 실천했다. 계속된 단식과 절식, 그리고 30대부터 섹스를 하지 않는 브라마차리야를 지켰다.
간디는 톨스토이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인도의 식민은 영국 탓이 아니라 인도인들의 노예근성이 낳은 자업자득”이란 답을 들고 ‘외부의 개혁’보다는 ‘내부의 개혁’을 선결과제로 삼았다.
간디는 금욕적으로 자기 삶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말로 지속적으로 사회 변혁을 이룰 수 있고 권력의 억압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다.
밥 적게 나오자 한국 방문객들 “아이고~”
그는 이런 실천을 위한 최고의 여건을 공동체로 여겼다. 남아프리카에서 트라피스트수도회 공동체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간디는 평생 공동체 속에서 살며 공동체에서 진리를 구현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남아프리카에서 1904년 피닉스공동체를 만들었고, 1910년엔 톨스토이공동체를 세웠다. 1915년 46살의 나이로 22년만에 인도에 귀국해서도 아메다바드에 사바르마티아쉬람을 지어 생활했고, 1936년엔 이 세바그람 아쉬람을 지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까지 12년간 머물렀다.
아쉬람 청소가 끝나고 오전 7시30분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부엌살림을 맡은 이는 스물여덥살 처녀 말띠였다. 총명함과 여유를 한꺼번에 지닌 눈을 반짝이는 말띠는 내게 “‘아이고~’가 뭐냐”고 물었다. 식사 시간에 음식을 갖다 줄 때마다 한국 방문객들의 입에서 나온 이 소리가 무슨 뜻이냐는 것이다.
끼니 마다 소량의 밥과 짜파티, 달이 전부이니 먹성 좋은 한국 방문객들 중 그런 신음을 토한 사람들이 있었나보다.
거지들이 아닌 인도인들 가운데 살찐 사람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 아쉬람 사람들은 하나같이 간디를 닮은 몸이었다.
나도 매년 일주일이나 10일씩 단식해왔기에 간디가 평생 실천한 단식과 절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준비과정과 보식까지 두 달 정도 정상적인 식사를 하기 어려운 단식을 직장 생활을 하며 하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욕망의 극복이다. 그래서 동료들이 단식을 하면 뭘 얻느냐는 질문에 나는 “밥을 안 먹으면 배가 고프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만큼 명백한 사실도 없다. 매번 할 때마다 타협하고 싶은, 그냥 밥통째 끌어안고 먹고 싶은 유혹 속에서 갈등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정욕만큼이나 어려웠던 물레질, 이것이야말로 명상
감각의 대상을 골똘히 생각하면
집착이 생긴다.
집착에서 욕망이 일어나고
욕망은 불타올라 맹렬한 정욕이 되고
정욕은 무분별을 낳는다.
그러면 기억이 온통 틀려져
고상한 목적이 사라지고
마음은 말라버려
목적과 마음과 사람이 모두 망한다.
간디는 런던 유학시절인 스무살 때 인도의 고전 바가바드 기타를 처음 읽고 이 구절을 깊이 마음에 새겼다. 정욕을 극복해야 한다는 씨앗이 뿌려진 셈이다.
오후 3시엔 모든 아쉬람 식구들이 다시 바푸 쿠티의 마루에 둘러앉았다. 물레를 돌리기 시작했다.
인도인들이 영국 등 선진국의 공업에 의존하지 않고 인도인의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실업을 극복해 가도록 옷감을 만드는 물레질은 옷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서고 있다.
침묵 속에서 오른손으로는 물레를 돌리고 왼손으로 약하디 약한 면을 조심스럽게 늘어뜨려 실을 뽑아낸다. 나와 스웨덴 커플인 머리아와 울레도 함께 했다. 그러나 조금만 지체하거나 조금만 더 잡아당겨도 실은 어김없이 엉키거나 끊어지고 만다.
간디가 그토록 극복하고자 했던 정욕을 이겨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이것이야말로 명상이었다.
서양 여성답지 않게 실을 제법 잘 잣는 머리아가 신통하게 여겨졌다. 머리아는 같은 스웨덴 출신 남자친구와 한 방을 쓰고 있었다.
법관 출신인 80대 할아버지 바이가 머리아를 지켜보더니, 조용히 얘기를 꺼냈다. 감각적 쾌락에서 벗어나야 온전히 명상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혼전 섹스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혼전 동거를 자유롭게 여기는 전형적인 스웨덴 젊은이인 울레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자리를 뜸으로써 불편한 의중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에이즈 전염 최고‘ 인도서 아쉬람은 ‘외로운 섬’
간디의 생전에도 성적 접촉 금지를 규율로 제정했지만, 청춘 남녀들이 비밀리에 규율을 깨는 바람에 간디는 무척 괴로워했다. 성욕을 넘어서지 못해 자신도 많은 번뇌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이제 인도의 에이즈 전염 확산율은 세계 최고다. 바야흐로 향락의 시대다. 누가 간디의 삶을 택할 것인가. 존경은 하지만 누구도 그런 삶을 살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가 평생 가꾸고, 그가 사라지더라도 아쉬람 운동의 산실이 되길 원했던 이 아쉬람엔 겨우 10명만 남아 있다.
아쉬람을 떠나기 전 난 바푸쿠티의 방에서 두시간을 혼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흙바닥엔 자리 하나만이 깔려 있었다. 방엔 시렁이 걸려 있을 뿐이었다. 간디가 살았던 그대로였다. 간결한 삶이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이 방의 처녀에게까지 강요하는 바이할아버지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많이 소유하고, 잘 먹고, 쾌락을 즐기고, 남보다 더 앞서 가는 것이 능사이며, 이를 위해 싸워 남을 짓밟는 것이 당연시되는 세상을 간디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구상은 후자가 지배하고 있고, ’간디’는 박물관의 유물일 뿐이다. 그래서 바푸 쿠티도 ‘외로운 섬’이다. 초록은 동색인 물질과 쾌락 일색의 삶을 선택한 지구인들에게 스스로를 성찰케하는 간디의 음성을 들었다.
“네티, 네티”(이것은 아니다. 이것도 아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인도오지기행>(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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