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감춘 땅] 묘향대 순례 나서기까지
안내자 없이는 갈수 없는 곳…기도로 ‘씨’ 심어
‘산귀신’ 선배로부터 ‘열매’…우연인가 필연인가
오래 전부터 묘향대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찾아와 묘한 향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근현대에 자취없이 살다간 ‘은둔의 선사들’을 찾아 전국을 몇해간 떠돌았습니다. 그런 향기를 찾아 심산의 암자들을 찾아다니던 중 듣던 이름이 묘향대였습니다.
옛부터 북에선 법왕대, 남에선 묘향대
선승들도 가장 찾아보기 어려움 오지 중의 오지 암자로 옛부터 북에선 묘향산의 법왕대를, 남쪽에선 지리산 묘향대를 꼽았다고 합니다. 법왕대는 묘향산 보현사에서도 산 속으로 70리를 더 걸어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법왕대는 북쪽에 있으니 못간다하더라도 묘향대는 남쪽에 있는데도 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묘향대는 예전에 가본 사람의 안내가 없이는 찾아갈 수 없다고 하기에 미처 기회를 얻지못하고 있었습니다.
아껴둔 한여름 휴가, 수소문하는 건 어렵지 않으나…
한여름에도 가지않고 아껴둔 휴가를 이용해 묘향대를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묘향대는 가본 사람의 안내가 필수였습니다. 아는 스님들이 많아서 묘향대를 가본 분을 수소문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가 그 오지까지 직접 안내를 해줘야하니 쉽지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날 새벽 제 나름의 기도법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기꺼운 안내를 받아 묘향대에 가서 즐거워하는 그 마음의 씨 하나를 심은 것입니다.
마음의 씨는 반드시 그 열매를 맺는 것을 어쩌면 그리도 일찍 보여주던지요. 그날은 한겨레신문 직원들이 인근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연수를 받기 위해 모이는 날인데, 쉬는 시간에 경제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정석구 선배가 다가왔습니다. 그는 매주 금요일 저녁부터 토~일요일을 이용해 백두대간을 완주한 산사람입니다. 그가 다가오자마자 다짜고짜 묘향대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해져 되물었습니다.
백두대간 완주한 사람…느닷없는 물음에 어안이 벙벙
“아니, 정 선배가 어떻게 묘향대를 아셔요?”
“몇주 전 지리산에 갔다가 친구가 잘 아는 스님을 따라서 우연히 묘향대까지 갔어.”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안내해줄테니 묘향대 한 번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렇게해서 당장 날짜를 잡았고, 결행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 오지 암자에 꼭 한번 동행하기를 원했던 도반인 중원 이병남 형과 제 책 세권을 만들었던 한겨레출판사 이기섭 선배와 좀체 가볼 수 없는 오지 암자들을 영상에 담아야한다는 한겨레 영상미디어팀의 은지희 피디, 여기에 정 선배의 부인이 이런 기회가 아니면 몇 생을 다시 태어나고 가볼 수 없는 곳이니, 자기도 데려가지 않으면 정 선배를 안내자로 보낼 수 없다고 ‘협박’해 여섯명의 일행이 지리산 오지 암자 순례에 나서게 되었지요.
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하늘이 감춘 땅>(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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