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 글방/원철 스님] 공무원 종교 중립법 공청회
“정치기독교는 이단” “차라리 정당 만들라”비판
“타종교 합법적 비판·반대도 종교 자유” 주장도
한강을 건넜다. 여의도로 가기 위함이다. 정치인들이 종교인까지 배려해준 ‘공무원 종교 중립법 제정의 필요성’ 공청회 모임을 주최한 까닭이다. 하지만 가는 길 내내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할지라도 일없는 것만 못하다’는 조주 선사의 말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문제가 생겼으니 그 해결을 위하여 이 강을 건널 일도 생긴 것이다. 그렇잖아도 백팔번뇌를 기꺼이 감수해야만 살 수 있는 곳이 사바세계인데, 작금에는 종교 때문에 참을 것이 한 가지 더 늘었다.
이 공청회에서 제정하려는 법은 ‘성경을 읽히게 하겠다고 국민세금(공금)으로 산 양초를 거리낌 없이 자기 것인 양 마음대로 불을 붙이는’ 장한(?), 그러면서도 조금은 비뚤어진 신앙관을 가진 공직자들이 주 대상이다. 연단에는 정치가와 함께 관료도 보이고 변호사도 자리를 함께 했다. 신부 목사 신학자, 그리고 교수와 사회운동가도 한쪽을 차지했다. 방청석에도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요즈음 본의 아니게 ‘정치와 종교분리’라는 헌법정신에 새삼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기저기 자료도 뒤적이고 토론회나 공청회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떤 율사(律士)는 내면적 영역인 종교가 공적인 법적 영역으로 처음 인정된 것은 1647년 미국식민지법이라고 했다. 모르긴 해도 종교를 사적 영역으로 놔두기에는 공공이익이 문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뉴욕주법에는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취급되어 적극적인 전도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특정 종교를 이야기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불편한 상항이 초래된다면 그 자체가 불법이 되는 것이다. 일본헌법 89조는 공금 및 공적 재산은 종교상의 조직 또는 단체에 사용이나 편익 혹은 유지를 위해 지출 혹은 이용에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프랑스는 종교집단이 타인의 자유 존엄성 정체성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해산명령을 내리도록 되어 있다. 이래저래 선진국가의 역할은 정교분리에 정신에 투철하고 이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계도 이에 화답하고 있다. 1960년대 초반 천주교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사회의 공동이익에 속한 법률상 평등이 종교적 이유로 인하여 문제가 된다면 정부의 감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불교 교단에서는 내부적으로 1964년 탁발금지법을 공포했다. 교만한 마음을 버리게 하는 2500년 전통의 하심(下心)의 대표적 수행법인 탁발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는 모두가 상대방을 위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선교와 포교 행위가 타인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을 침해하면서까지 누릴 수 있는 무제한적 권리일 수는 없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담배를 싫어할 권리인 혐연권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권보다도 더 상위의 권리라고 판시했다. 덕분에 지금 공공건물은 모두 다 금연건물이다. 내 권리가 소중한 만큼 남의 권리도 소중한 것은 상식이다. 그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법률로 규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건 자업자득이다.
자리를 함께한 신학자는 “정치기독교는 이단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현 정부라는 것은 코미디이며 이는 일부 기독교인의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자가 진단했다. 신부님까지 “그렇게 신정일치(神政一致)를 외치고 싶으면 ‘정당’ 간판을 달고 나와 정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으라. 비겁하게 ‘남의 정당’ 뒤에 숨어 자기이익을 챙기지 말라”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차별 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측은 “종교의 자유는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고 포교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배치되는 타종교에 대해서 합법적으로 비판하고 반대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우겨댔다.
이런 공방을 지켜보던 한 여성정치인은 “타인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고와 행동은 도리어 그 타인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고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어쨌거나 사회 곳곳에 만연한 특정 종교인의 패거리문화를 제거하지 않고는 우리 사회의 통합은 요원하다. 원인제공 종교집단의 선의나 내적 자정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따라서 외부로부터 규제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불교계를 비롯한 모든 사회단체 및 언론에서 ‘공직자 종교중립법(종교차별방지법)’ 제정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든 정치인들에게 이해관계에 얽혀 딴마음 먹지 말고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한 대승정치를 주문하라는 몸짓이라고 하겠다. 또 국회를 예의주시하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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