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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벗님글방

이순신vs이순신, 알렉산드vs알렉산드

등록 2008-04-29 13:58

[벗님 글방/원철스님]

이름 같아 생기는 오해와 에피소드 많아     연등축제가 시작되면서 서울시청 광장에 ‘화합과 상생(相生)의 등’이 불을 밝혔다. 청계천에 드리워진 은은한 연등은 주변의 현대적인 조명들과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면서 제 빛을 내고 있다. ‘부처님오신 날’을 맞이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황룡사 진신사리를 조계사로 이운하는 전통의식을 재현했다. 황룡사는 당시 인구 100만명의 대도시 경주에서 100년에 걸쳐 완성된 사찰이다. 특히 높이가 80미터에 가까웠다는 황룡사 구층탑은 신라의 랜드마크였다.     행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우편물이 와 있었다. 물론 기계로 찍은 글씨이다. 겉봉의 ‘황룡사’라는 절 이름이 오히려 낯설어 보인다. 도심에 새로 지은 작은 포교당의 개원을 알리는 초청장이었기 때문이다. 규모와 역사성에서 서로 비교할 수 없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젊고 호기 있는 납자가 감히 이 이름을 빌렸다. 본래 황룡사로서는 가히 흔쾌한 일은 아닐 것 같다.     황룡사가 천년 지나 도심 작은 포교당으로 ‘환생’?   원조 노틀담 성당은 프랑스 파리에 있다. 하지만 같은 이름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에도 있고 심지어 베트남 호치민에도 있다. (둘 다 프랑스 영향권에 있을 때 지어졌다.) 모두 그 역사성과 규모가 만만찮아 그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서 명성을 드날리고 있다. 문수보살의 성지인 중국의 오대산과 한국의 오대산도 이름이 같다. 인도의 영축산과 통도사의 영축산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들은 대개 유명세가 시너지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거리 역시 멀기 때문에 서로가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부석사와 송광사는 두 군데의 같은 이름을 가진 전통사찰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도반이 살고 있는 절은 서산 부석사이다. 물론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으로 유명한 영주 부석사와 이름이 같다. 어느 날 누군가 초행길에 찾아왔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아직 영주시내에 있다’라고 하더란다. 또 완주 송광사 역시 순천 송광사의 지명도에 가려져 결과적으로 그 규모와 역사에 걸맞지 않는 푸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부석사도 송광사도 둘…산 자가 죽은 이 되기도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동명이인이다. 이는 생활 속에서 직접 부딪치는 불편함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무정물(無情物)의 겹치는 이름과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부하 중에도 동일한 이름을 가진 참모 이순신이 있었다. 임진란 3등공신으로 기록되어 있다. 전쟁터에 같이 살면서 서로 호칭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모르겠다.   알렉산더대왕도 장군 시절 자기와 같은 이름을 가진 병사가 휘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말썽꾸러기인지라 장군의 이름에 누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서 만나보니 듣던 바와 같았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말했다.   “병사는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 네 이름을 바꾸든지 아니면 네 인생을 바꾸어라.”   승가공동체 역시 함께 살면서 같은 이름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많다. 특히 법명은 선호하는 글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겹칠 확률이 높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름 있는 원로 스님께서 열반하셨다. 모 일간지에서 그 기사를 쓰면서 같은 이름의 중진스님 사진을 올렸다. 물론 다음날 사과기사가 부랴부랴 실리긴 했다. 그로 인하여 한동안 ‘오래 살겠다’는 덕담 아닌 덕담을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같은 이름으로 한 공간에 살 경우 주변에서 이를 구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명 앞에 상(上)과 하(下) 내지는 대(大)와 소(少)를 (법납이 많거나 키가 클 때) 붙여서 그 불편함을 해결하곤 했다. 같이 살다보면 나름대로 지혜 방편이 나오기 마련이다.   설사 아무리 좋은 이름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같은 이름을 짓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2006년 어느 언론사에서 확인한 대법원의 자료에 의하면 1945년생은 영수 835명 영자 9298명, 1975년생은 정훈 2286명 미영 9129명, 2005년은 민준 2046명 서연 3006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남녀의 선호하는 이름이 유행을 타면서 조금씩 조금씩 세련되어감을 한눈에 알게 해준다. 이 통계가 말해주듯 이름이란 본래 겹치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 줄 알고 살면 된다. 같은 이름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그것이 좋은 이름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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