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한마음공동체 남상도 목사 농민에겐 고소득의 지혜를 도시민에겐 건강 되찾는 삶을
광주 첨단지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10여 분. 전남 장성군 남면 마령리다. 한마음자연학교다. 시골 숲길을 5분쯤 거닐자 호수와 마을, 들판이 청량산의 품 안에 아름답게 담겨 있다.
호수 옆 도랑에선 100여 명의 아이들이 미꾸라지를 잡는다며 첨벙첨벙 뛰논다. 과수원 옆을 지나 한마음자연학교에 들어서니 멋들어진 황토 집들과 정원이 앞다투어 고개를 내민다.
84년 백운교회 부임농촌운동 뛰어들어 유기농산물 재배 독려공동체 설립 유통까지 지난해 30억 매출폐교 터 사들인 뒤 생태 유치원 세우고 토요일 건강강좌 갈수록 인기몰이 농촌문화 새 지평
광주시내 3천여 명의 소비자와 네트워크를 결성해 이곳 농민들이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팔아 지난 한해에만 30여 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한마음유기농협동조합, 지난 한해 동안 2만여 명이 농촌문화를 체험하고 돌아간 한마음자연학교, 대기하지 않고는 들어가기 어려운 한마음생태유치원…. 암울하기만 한 21세기 한국 농촌에 한마음공동체는 이렇게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산업화의 뒤안길에서 그늘져 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남상도(45) 목사가 1984년 이 마을 백운교회에 부임하면서부터였다. 목포에서 자라 광주 호남신학대를 나온 뒤 백운교회에 부임한 남 목사도 2~3년 동안 목회하다 도시로 갈 생각이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농촌의 기막힌 현실이었다. 그는 배추밭으로 가서 농민의 손을 붙들고 배추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 덕분인지 농사가 잘 되었는데, 가격 폭락으로 배추는 한 포기에 10원도 못 받았다. 이를 본 남 목사는 이런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농촌운동을 시작했다.
장성군농민회를 만들어 농민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는 물세거부운동을 벌였다. 운동권 골수 목사가 된 것이다.
그러나 90년에 접어들자 외국 농산물과 무한 경쟁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으로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제초제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주위에선 “농사를 안 지어봐서 저런 소리를 한다”며 하나같이 웃어버렸다. 그나마 유기농산물을 생산해도 농민은 곰처럼 재주만 부리고, 이득은 유통업자가 챙기는 현실이 정작 문제였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한마음공동체였다. 지난해 매출 30억원을 올리도록 이끈 공동체 대표 남 목사는 농림부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엔 농민들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대산농촌문화대상을 받았다.
그는 2000년엔 고민 끝에 ‘농촌 문화’로 승부수를 던지기 시작했다. 도시인들이 농촌에서 목가적 삶을 즐기면서 돈을 쓰고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3년 전만 해도 폐교된 지 5년이 넘어 유리창이 깨지고 우범지대화해 골칫거리였던 5천 평짜리 폐교 터를 샀다. 처음 폐교 터를 5억원에 산다고 했을 때는 주위에선 모두 미쳤다고 했다. 그가 이곳에 유치원을 세운다고 했을 때는 더 어처구니없어 했다. 인근 초등학교에 무료로 운영하는 유치원이 있는데도 고작 13명뿐일 만큼 남면엔 아이들이 거의 없는데 무슨 유치원이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먹는 것은 유기농, 잠은 황토방, 교육은 대안교육, 입는 것은 천연 염색’이라는 그의 운영방침이 알려지자 광주시내에서 너나없이 이 유치원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남 목사는 요즘엔 심신이 피폐해져 가는 도시민들을 위한 ‘건강을 되돌려주는 농촌’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건강 강좌는 갈수록 인기를 모은다. 지금 남도에선 농촌의 꿈이 자라고 있다. 장성/글·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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