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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천하를 쥔 야율초재를 전율케한 책 종용록

등록 2021-06-02 18:50수정 2021-06-03 07:02

[정성본 스님 ‘종용록 강설’ 출간]
수행체계 정립한 중국 2대 선서
성본 스님의 40여년 노력끝 결실
“세상·인간·선불교의 지혜 집약”
징기스칸 책사 야율초재 간청으로 출간
<종용록 강설>을 쓴 정성본 스님. 조현 기자
<종용록 강설>을 쓴 정성본 스님. 조현 기자

중국 선종사를 하나로 꿰뚫은 <종용록 강설>(민족사 펴냄)이 한국선문화연구원장이자 동국대 명예교수인 정성본 스님(71)에 의해 출간됐다. 600여쪽짜리 책 8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종용록>은 묵조선의 시조인 천동굉지 선사(1091~1157)가 100가지 화두에 대해 설한 것을, 조동종(중국 혜능이 법을 전하면서 일어난 종파)의 선풍을 드날린 만송행수 선사(1166~1246)가 해설한 것이다. <벽암록>과 쌍벽을 이루는 중국 2대 선서로, 조동선과 묵조선의 수행체계를 정립한 교재다. 저자 성본 스님은 천동굉지 선사를 화려한 중국 선사들 가운데 최정점에 이른 이로 손꼽았고, 만송행수 선사 또한 그에 비견될 만한 천재로 평했다.

만송행수는 정복자 칭기즈칸을 비롯한 원나라 초기 세 황제의 막후에서 책사로 활약했던 야율초재(1190~1244)의 스승이다. 주문왕에게 강태공, 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칭기즈칸에겐 야율초재가 있었다.

20대 때 만송행수 문하에서 3년간 치열하게 참선 수행을 하고 깨달음을 인가받은 담연거사 야율초재는, 30대 때 칭기즈칸과 함께 서역을 정벌하면서 7년간 9번이나 스승에게 <종용록> 저술을 부탁했고, 만송행수는 제자의 청을 뿌리치지 못해 노구에 이 책을 펴냈다.

&lt;종용록 강설&gt;. 민족사 제공
<종용록 강설>. 민족사 제공

“서역에서 <종용록>을 받아보니 술에서 깨어난 듯, 죽었다 다시 소생한 듯 뛸 듯이 환호했다. 동쪽을 바라보고 머리를 조아리며 재삼재사(여러 번 되풀이하여) 펼쳐놓고 음미하면서 책을 매만지며 감탄했다. 한마디 말씀마다 정법의 안목을 제시해, 고금에서 가장 뛰어날 정도로 높아서 만세의 모범이 될 만하다. 인간과 하늘을 저울질하고 조화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뉘라서 여기에 동참할 수 있겠는가.” 야율초재는 <종용록>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그는 또 “보배산에 오른 듯 화장세계 바다에 들어간 듯 이쪽을 가도 저쪽을 가도 맞닥뜨려 눈이 풍부해지고 마음도 배불렀으니 어찌 세간의 언어로 그 만분의 일이나마 형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독후감을 기록했다. 알렉산더에게 아리스토텔레스란 스승이 있었다면, 지상에서 가장 넓은 제국을 일궜던 야율초재에겐 만송행수라는 스승이 있었던 셈이다.

20대 때 선어록을 보고 궁금증이 생긴 성본 스님은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서옹 스님(1912~2003)을 친견하고 “일본에 유학해 선을 공부하라”는 독려와 후원을 받고 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0여년 만에 <종용록 강설>을 펴냄으로써 숙제를 마쳤다.

그는 “150살까지 살았다는 달마 대사의 전설 같은 생애나, 숭산에서 9년간 면벽하고, 혜가에게 정법을 전했다는 이야기 등 비역사적인 자료만으로는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선종사를 연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아이치 가쿠인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이후 도쿄 고마자와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교수로 일했으며 <중국선종의 성립사 연구> <선의 역사와 사상> <선불교란 무엇인가> <선종의 전등설 연구> <참선수행> <선불교의 이해> <간화선의 이론과 실제> <좌선으로의 초대> <선시의 세계> <돈황본 육조단경> <대승기신론 역주> <금강경 강설> <벽암록> <임제록> <무문관> 등을 썼다.

<종용록 강설>은 가령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묻자 왜 뜰 앞의 잣나무라고 했는가’ ‘왜 개에겐 불성이 없다고 했는가’ 등 100가지 화두를 두고, 천동굉지의 설법과 만송행수의 강설에다 성본 스님의 40여년의 노력으로 마지막 획을 더한 결과물이다.

성본 스님은 “<종용록 강설>은 세상의 지혜, 인간의 지혜, 불교와 선의 지혜, 그리고 중국 만년의 지혜가 집약돼 오늘의 언어로 살아 숨 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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