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천주교 주교회의장
신자들의 '구제역 성찰'촉구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최근 주교회의 홈페이지에 구제역 사태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성찰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강 주교는 “구제역 살처분으로 인해 농민들과 수의사들과 공무원들이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밤잠을 못이루고 불안과 충격 속에 헤매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짐승이라고 해도 이런 대량 도살은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요, 도리에 한참 어긋나는 일임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육류의 과도한 소비로 인해 지구상에 수천만명의 인간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지구 곡식의 3분1 가량이 가축의 사료로 소비되고, 중남미에선 소 방목용 목초지 개발로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미주·호주에선 소 방목으로 사막화가 발생하는 등 하느님이 태초에 설계하신 창조 질서에 심각한 무질서와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창세기에 하느님께서 온갖 생물들을 종류대로 창조하시고 나서 ‘보시니 좋았다’고 하고, 노아의 홍수 때도 온갖 생물들을 한쌍씩 살리며 자비와 사랑으로 이어지게 한 것처럼 짐승들도 모두 하느님의 구원의 대상이고 보살핌의 대상”이라며 “하느님이 인간에게 온갖 생물을 다스리라고 한 것은 피조물을 마구 다루거나 착취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존재가치와 아름다움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보살피라는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이 시대의 가장 힘없는 이들, 고통받는 피조물의 고통과 신음까지도 함께 고민하자”며 “인간에게 먹는 것은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먹는데도 인간답게 먹고, 그리스도인답게 먹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썼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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