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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영적 휴식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오라"

등록 2013-06-20 21:58

 “수도원을 일반인 함께 할 영적 쉼터 만들겠다” 성베네딕도 왜관 수도원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135명 수도자 생활하는 공동체40대 젊은 원장 발탁은 파격적“앞만 보고 달려가던 사람에게여백 같은 공간 만들고 싶어”

감옥 만큼이나 엄격한 규율이 지켜지는 ‘수도원의 원장’은 엄격함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 얼굴이 바뀌었다. 엄격하기보다는 해맑고 명랑하고 유쾌한 얼굴이다. 성베네딕도 왜관수도원의 새 아빠스가 된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43)를 만났다. 아빠스란 ‘영적 아버지’,‘영적 스승’이란 뜻의 곱트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자치수도원의 수도원장에게 붙여지는 호칭이다.

<한겨레>의 공지영 연재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의 배경인 왜관 베네딕도수도원은 1909년 서울 백동에 한국천주교 첫 남자수도회로 설립됐다. 함경도 원산 인근 덕원에 자리잡았다가 6·25로 남하해 왜관에 자리잡은 이 공동체는 전세계 수백곳의 베네딕도수도원 가운데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대규모 수도원이다. 135명의 수도자들이 이 수도원을 중심으로 분도출판사, 피정의집, 순심교육재단, 분도가구공예사, 금속공예실, 유리화공예실, 분도식품, 분도노인마을,구미가톨릭근로자 문화센터, 농장 등을 운영하는 거대공동체의 수장에 젊디젊은 그가 종신 아빠스로 선출된 것이다. 사제로 서품 받은 지 얼마 안된 신참때 이 수도원에서 그를 만나 취재한 적이 있는 기자로서도 놀라운 일이다.

그는 울릉도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까지 자라 대구로 옮겨 경북데 응용화학과를 마치고 1997년 이 수도원에 첫서원을 하고 2001년 사제로 서품 받았다.

‘일하며 기도하라’는 베네딕도 수도원의 모토다. 그는 “1992년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수도원에 왔을 때 온종일 논에서 일하고 원목들을 목공소의 나무들을 쌓으며 막걸리 한잔 마시며 일하니 생각이 단순해지고 행복했다”고 첫마음 당시를 회상하며, 그 행복을 세상과 나누려는 소망을 내놓았다.“무조건 앞만보고 달려가던 사람들이 잠시 쉬며 내려놓을 수 있는 여백같은 공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 되면 좋지않을까요.”수도자들이 사는 곳에 비수도자는 한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는 ‘봉쇄구역’을 둘만큼 폐쇄성이 짙은 수도원장의 일성이 남다르다. 이 수도원을‘일반인들도 영적 쉼’을 얻을 장소로 만들고싶다는 꿈을 말한다.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광이었고, 대학 때는 아마추어무선통신에 빠졌던 그는 대학이나 기업체들도 홈페이지를 만들 염두를 내지않던 1996년 이 수도원 홈페이지를 만들어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연 장본인이다. 그는 이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들이 전혀 들여다볼 수 없는 봉쇄구역의 모습을 외부에 공개했다.그렇게 개방적이고 열려있고 젊고 유쾌한 그가 아빠스로 부름 받은 뜻은 뭘까. 그는 “우리 왜 우리 공동체원들이 이런 무모한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파안대소를 하면서도 “하느님께서 왜 저를 지금 이 시점에 수도원 장상(지도자)으로 불렀는지 공동체원들의 의견들을 모아가며 하느님의 뜻을 찾겠다”고 말했다. 잘 생긴 외모와 밝은 성격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적지않았을법한 그는 “대학 때도 ‘멀지않아 한 집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여성도 있었지만 그 때는 둔해서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둔감하지 않다. 가톨릭의 본산인 로마에 5년간 유학도 다녀왔고, 2011년부터는 수련원장으로서 새내기 수도자들을 교육했다. 그러며 틈틈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보니 사람들과 만남도 표피적이다. 하느님 체험도 그렇다. 일상에서 하느님을 만나야하는데, 내가 어려울 때만 필요할 때만 찾는다.” 그는 “수도원에선 종을 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기도를 해야하는데, 뭘 좀 할려고 하면 종을 쳐서 처음엔 답답하기도 했지만 멈추고 시작하고 일하고 멈추는 단순한 리듬에 내 몸과 마음이 익숙해질 때 그 안에서 큰 힘이 나오는 것 같다”며 “영적 휴식을 원하는 사람은 신자든 아니든 누구든 오라”고 두 팔을 벌렸다. 

왜관(경북)/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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