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간화선>의 저자 월암 스님
올해는 선가(禪家)에선 기념비적인 해다. 근대 선불교의 중흥조인 경허 스님(1846~1912)이 열반한 지 100년이고, 현대 선불교의 횃불 성철 스님(1912~93)이 태어난 지 100년이다.
하지만 한국 불가에서 선의 종주인 간화(화두)선이 견성과 행복으로 가는 탄탄대로를 뚫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 동안 간화선은 이런 의문에 대답조차 해주지 않았다. 자상한 가르침도 가이드 북도 없어서 불교 수행 가운데서도 가장 불친절한 수행으로 꼽혔다. 그래서일까. 선에 대한 학문과 실참을 겸비한 월암 스님이 <친절한 간화선>(담앤북스 펴냄)을 들고 나왔다. ‘신앙·수행·생활이 하나로 녹아드는 선수행의 정통교과서’라는 부제가 심상치않다. 지금까지 한국의 간화선 전통이 ‘신앙 따로, 수행 따로, 삶 따로’ 였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암 스님은 지난 12일 출간간담회에서 “이 시대의 ‘화두’가 뭐냐는 식으로 화두라는 말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사찰의 선방은 대중들에게 ‘어서 오십시오’라고 하는 대신에 ‘출입 금지’라는 푯말을 붙여두고 있다”며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한국 선불교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그는 “선가에선 용맹정진과 실참만을 강조했지,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못해 보통 사람들이 참여할 길을 막아두었을 뿐 아니라 중생의 고통과 아픔과 단절돼 대승보살정신에 어긋나 있었다”고 자성했다.
월암 스님은 “선방에서도 안거 때마다 3개월씩 참선 정진했으면 적어도 1주일 정도는 소록도나 농촌에 가서 봉사해 수행을 사회에 회향하겠다는 정도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서 ‘화두가 뭐냐’ 물을 때는 ‘문제의 핵심이 뭐냐’는건데, 이는 선가에서 ‘존재의 실상’을 묻는 것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서 “선가의 화두도‘어떻게 하면 이 역사를 잘 살아낼 수 있는가’나 ‘어떻게 해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는가’ 등의 물음과 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조 지눌의 ‘돈오점수’(깨달은 뒤 닦음)를 깨고 주창한 ‘돈오돈수’(한번 깨달으면 더 이상 닦을 게 없음)를 주창한 성철 스님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성철 스님이 가장 존경했던 인물 중 하나인 송대 영명연수스님의 <종경록>에도 ‘단박에 깨달아 견성성불할 수 있는 인물은 천년에 한명 나올까말까 한다’고 했고, 역대 정통 선사들도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선오후수(깨달음에 의거해 수행) 등 다양한 수행론을 제시했는데, 돈오돈수만이 최상인양 했다는 것이다.
월암 스님은 “성철 스님이 돈오돈수를 주창한 것은 불교정화시대에 가짜 도인이 많으니, 철저한 수행불교를 만들기 위해 불교 바로세우기의 하나로 보인다”면서 “보조 스님은 그대로 역할이 있고, 성철 스님은 그대로 역할이 있으므로 어느 주장을 높고 낫고 식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선과 삶의 일치다. 그는 “앞으로 선의 성패는 중생의 고통과 아픔에 어떻게 함께 하고, 어떻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며 “한 납승이 ‘조사(선의 원조)란 뭐냐’고 물으니, ‘해(깨달음)와 행(실천)이 상응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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