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소회원인 일양 스님과 진주보건대 박종선 교수, 삼소회원 최형일 교무,
건강보감동아리 박자옥 회장, 삼소회 대표 카타리나 수녀사제(왼쪽부터)
지난 6일 오후 서울 정동 성공회 성가수녀회엔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여성수도자들의 모임인 삼소회에 ‘아프리카 소녀 돕기’ 기부금을 전달하러 경남 진주에서 올라온 이들이었다.
진주보건대 간호학과의 봉사동아리인 ‘건강보감’의 박종선(64) 지도교수와 동아리 회장 박자옥(24·3학년)씨 등은 지난해 말 아산재단에서 받은 ‘아산청년봉사상’ 상금 1천만원 가운데 세금을 뺀 전액 956만원을 봉투째 들고 찾아왔다.
영아사망율 세계 1위이자 국민의 40%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 굶기를 밥먹듯하고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소녀들을 위한 ‘염소 한마리(2만원) 사주기 운동’에 기부하러 온 것이다.
이날 이 수도원에 사는 삼소회 대표 오인숙 카타리나 수녀사제를 비롯해 양주 보타사 일양 스님, 원불교 이천교당 최형일 교무 등은 진주에서 올라온 기부자들의 손을 잡으며 에티오피아의 소녀들을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2년 전 모금운동을 시작해 올해 말까지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모아 염소 5만여 마리를 보낸다는 목표로 모금활동을 해온 삼소회는 지금까지 절반에 못미치는 4억5천여만원을 모금한 상태다.
삼소회 수녀와 스님, 교무로부터 에티오피아 소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은 기부자들은 학교에 돌아가 “추가로 모금운동을 벌여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건강보감’은 그동안 대학 한 학과 동아리가 한 일이라곤 상상키 어려운 봉사활동들을 해왔다. 지난 2001년 결성 이후 120명이 동참한 이 동아리에선 회원들이 사비를 들여 마사지 자격을 딴 뒤 한센병 환우시설인 경남 산청 성심원에 가서 11년째 한센병 환우들에게 직접 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다. 박종선 교수는 “한센병 수용 환우가 단 한명이 남을 때까지 마사지로 그분들을 위로하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감’ 회원들은 또 대학축제 때 계란판매를 한 수익금으로 ‘노인의 날 어르신 위안잔치’와 ‘어버이날 행사’ 등을 펼치고, 빈자들을 위해 연탄을 사 직접 날라주는 봉사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6년 문화방송 사회봉사대상 우수상으로 받은 상금 500만원도 ‘어린이 화상환자 돕기’에 내놓은 바 있다. 또 회원 대부분은 장기기증 서약도 했다.
이들은 저녁을 들고 가라는 삼소회원들의 간절한 권유에도, 기부한 곳이나 봉사한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등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봉사의 철칙을 내세우며 진주로 향했다.
글·사진 조현 기자
cho@hani.co.kr
봉사 활동 이끈 박종선 교수의 아픈 사연
봉사동아리 ‘건강보감’을 이끈 진주보건대 간호학과 박종선(64) 교수는 이날 “어떻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느냐”는 삼소회원들의 추궁 아닌 추궁에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했다.
이제 33살이 된 외아들이 중2 때 경남체전 때 쏜 폭죽에 맞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화상을 입지않은 곳이 없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한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시점에 목불인견의 외상을 입게 된 아들은 분노를 표출할 길이 없어 가정에서 발작적으로 분노를 표했다는 것이다. 아들이 자신을 향해 칼을 던지고, 자신이 선 벽을 향해 칼꽂기 놀이를 하곤 했다.
과거 아픔을 고백하며 눈물 짓는 박종선 교수
그가 수차례 수술을 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아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성당에 나가 밤낮으로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당시 그의 아들을 지켜본 수녀들도 “인간의 힘으론 어찌 해 볼 도리가 없고, 하느님의 은총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모두가 포기할 것을 종용할 정도였다.
그는 아들이 중3 때 아들을 데리고 1주일간 서울 등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남대문 시장에서 힘들지만 어렵게 살아가는 상인들의 삶의 현장을 보여주고, 아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는 탤런트가 있는 방송국의 촬영현장도 보여줬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버림 받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음성 꽃동네도 보여줬다.
그 뒤부터 아들이 기적적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회사에 다니면서 성실하고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박 교수는 “어떤 경우라도 인간은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아들을 보면 지난 고생을 다 잊고 너무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은혜를 세상에 돌려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