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우리 문화 유산의 위대성을 깨운 삶
25일 토요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 갔다. 안암동 집에서 성북천을 따라 걸으니 40~50분 걸렸다. 연구실장 최완수 선생님을 뵙고, 1년에 두번 밖에 볼 수 없는 전시회로 이번에 열리는 <사군자전>도 볼겸 간 것이다. 2층에 올라가 연구실장인 최완수 선생님을 찾았다.
평생 수도승처럼 독신으로 꼿꼿하게 수도하듯 학문세계를 가꿔온 분이다. 늘 공작이나 학을 연상시킨다. 예전 한겨레신문에 고승들을 연재할 때 날 한 번 보자고 해서, 뵌 이래로 종종 뵈었다. 그 시리즈를 엮어 <은둔>이란 책을 냈을 때는 창비 가을호에 손수 서평까지 써주셨다. 타인의 책에 몸소 서평을 쓰신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불교의 정신 세계에도 남다른 깊이를 간직한 분이 비루한 책에 서평까지 써줘서 몸둘바를 모를 뿐이었다.
그런데 오랫만에 뵈었더니 몹시 여윈 모습이다. 볼거리를 앓았다고 했다. 심혈을 기울여쓰고 있는 추사 평전 작업 때문이리라. 또 지난해 여기저기서 부탁하는 바람에 비문을 3개라 쓰느라 몸이 부대끼신 모양이다.
차 한잔을 나누고, 선생님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 하셨다. 삼겹살에 맥주 한병. 선생님은 큰 사발에 맥주를 담아 돌려드시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몸이 편찮으셔서 언제나 사발맥주를 다시 마실 수 있으려나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아렸다.
평생 우리 것을 재발견하도록 해주신 분이다. 식민교육의 영향으로 우리 것을 비하할 뿐, 자존감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온갖 음해를 받으면서도 일평생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설파해오셨다. 맥주를 한 잔 들이킨 선생님이 "우익이란란 없는 것도 만들어서 제 나라를 드높이는 건데, 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것도 없다고, 아니다고 내치니 우리나라 우익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하신다. 그 웃음이 허허롭다.
몇년 전 인도에 다녀와 타고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마침 타고르가 태어난지 150돌이다. 힌두교 성자였던 아버지와 함께 히말라야를 여행하고 돌아와 삶이 달라졌던 타고르. 그가 우리나라에 대해 쓴 시는 우리 민족에 대해 아무런 자존감을 갖지 못하는 이들을 깨운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런 코리아의 위대성을 깨워온 이가 최완수 선생님이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롭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은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 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
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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