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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기독교인들이 절땅 밟기하면 터다져져 좋아진다 여겨라

등록 2010-11-23 10:47

탄허스님 제자로 동양고전 능통

불자들 십시일반 성금으로 완공

한문고전교육학당도 세울 계획

 

‘대모’(大母)는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을 뜻한다. 서울 대모산 자락에 옛 지혜로 미래를 열어갈 명물이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 295번지 산골에 들어선 탄허기념박물관이다. 대찰에 들어선 박물관의 대부분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들어선 것과 달리 이 박물관은 탄허문화재단 이사장인 혜거(64) 스님의 원력으로 지어졌다.

 전쟁기념관을 설계한 이성관 건축가가 설계한 3층 건물 벽면엔 금강경의 한문 서예가 채워져있다. 내부는 과거와 현대, 미래가 어우러지는 강의와 공부가 계속될 100여평 가량의 큰 공부방이 있고, 그 공부방 천장 허공에 2층 전시실에 메달려 있다. ‘허공을 삼킨다’는 뜻을 지닌 ‘탄허’(呑虛)를 건축미로 표현한 것이다. 2층 계단을 통해 허공에 매달린 전시실로 들어서니 추사가 울고 갈만한 탄허의 선필이 해탈의 선율처럼 춤추고 있다.

 근대 선의 중흥조인 경허와 조계종 초대 종정인 한암의 선맥을 이은 탄허(1913~1983년)는 선(禪)만이 아니라 유·불·선의 경전에 모두 통달한 도인이자 현자로 알려졌다. 대강백들인 부산 화엄사 회주 각성스님과 조계종 전 교육원장 무비  스님, 지리산 칠불사 주지 통광 스님 등이 모두 탄허 스님으로부터 배웠다. 1959년 탄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그의 그림자처럼 살았던 혜거 스님은 1988년 개포동에 금강선원을 열어 불교와 동양고전을 강의해왔다. 연간 수강생만 1만5천여명으로 22년간 금강선원 강좌를 거쳐간 수강생이 30여만명에 이른다. ‘공부’ 분위기 때문에 금강선원 보살(여성불자)들이라면 대부분이 금강경을 한문 원전으로 읽어 외우고, 한문고시 1급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기본일 정도다.

 대부분의 절 불사가 ‘불상 한 분 모시는 데 얼마, 기둥 하나 하는데 얼마’ 하는 식으로 했던 것과 달리 이 박물관 불사금 70여억원은 수강생들의 십시일반으로 모아졌다.

 이 건물은 박물관이지만 실상 공부방 성격이 짙어 보인다. 혜거 스님은 이 건물 옆에 이 규모의 건물을 또 하나 지어 20~30명에게 생활비를 주면서 한문 고전에 대한 최고 수준의 교육을 시킬 학당을 열 계획이다.

 참선의 집중력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공부에 활용하도록 하는 등 고전의 지혜를 현대의 삶에 이용하는데 ‘선수’로 알려진 혜거 스님은 “내 성불을 미뤄서라도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겠다는게 불교”라면서 “과거의 지혜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사회통합의 길을 열어가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6일 11시 이 박물관을 개관한 뒤 이현주 목사와 종교학자 길희성 교수와 오강남 교수, 역사가 이이화 선생 등을 초청해 ‘우리 시대가 원하는 보살심’ 강좌를 여는 것도 사회통합을 위한 것이다.

 혜거 스님은 “역사적으로 중국이 강대해질 때마다 우리나라는 큰 위기를 맞았다”면서 “중국의 힘이 초고속으로 강대해지는 상황에서 네 종교 내 종교 싸움 놀음이나 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그가 “개신교 신자들이 ‘절 땅 밝기’를 하며 ‘무너져라’고 기도하는 것을 보고 분개하는 불자들에게 “땅밝기를 하면 터가 더 다져져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상대에겐 악감을 갖지말고 좋은 마음을 내라”고 달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모산의 대모((大母)란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을 뜻한다. 혜거 스님이 고전의 지혜를 통해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을 키워 너와 내가 하나가 될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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