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좋은마을’ 일궈 겸손으로 진리 실험
남민전으로 옥살이…‘논어읽기’ 모임 이끌어
오는 9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교육회관 대성당에서 진행될 세번째 즉문즉설 강연자는 ‘좋은마을’ 이남곡(66) 대표다. 그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겸손으로 진리를 향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남 함평의 시골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그는 사법시험에 앞서 치르는 자격시험을 1학년 때 통과하는 등 학업에 열중했던 수재였으나 2학년부터 어두운 시대상황에 눈을 뜨면서 인생행로가 바뀌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학교 교사를 자원해 8년 동안 교사운동을 했던 그는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영어의 몸이 되었다. 6개월 된 갓난아이만 남겨놓은 채 그의 부인 서혜란씨도 감옥행을 했다.
그는 4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와 80년대엔 법륜스님의 정토회가 설립한 불교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새로운 인간과 사회와 새 문명’을 준비했고, 90년대엔 무아집·무소유를 모토로 살아가는 경기도 화성 ‘야마기시 실현지’공동체에 입촌해 8년 동안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했다. 이어 2004년부터는 불치병에 걸린 부인의 치유와 요양을 위해 전북 장수의 산골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된장 고추장 등을 담그며 살아왔다.
그 산골엔 그와 삶을 함께하려는 이들이 모여 ‘좋은마을’을 일구었다. 80년대 여성민우회의 초석을 다지고 생협운동의 선구자이기도 했던 부인이 지난 7월 세상을 떠나자 그는 ‘둘만의 이별의 시간을 갖고 싶다’며 49일간 절에서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서울에서 매주 ‘논어 읽기’모임을 이끌고 있다. 즉문즉설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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