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김경재-오강남 등 성역 없는 ‘기독교 토론’
‘인간 예수’ 알려고도, 알지도 않는 풍토 ‘목청’
기존 성서가 무시하는 도마복음 진면목 논쟁
동양학자 도올 김용옥 박사와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재캐나다 신학자 오강남 교수, ‘세계와기독교변혁연구소 정강길 연구실장이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금기 없는 토론을 벌였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인터넷방송국 후즈닷컴(hooz.com)에서였다. <문화방송>과 <교육방송> 텔레비전에서 도올특강을 연출했던 류종헌 대표가 설립해 ‘도올 특강’을 내보내기에 앞서 가진 좌담회였다. 특히 개신교 교단에선 외경으로 금서취급하는 <도마복음>을 펴낸 도올과 오강남 교수의 만남이어서 현 <신약성서> 안에선 만날 수 없는 예수의 진면목에 대한 논쟁이 백미였다. 1945년 이집트 나일강 상류 사막 절벽에서 발견된 초기 기독교 문서인 <도마복음>을 연구한 도올은 최근 <도마복음한글역주> 세권을 완간했고, 오강남 교수는 지난해 도마복음 해설서인 <또다른 예수>를 펴낸 바있다.
“도마복음 퍼지면 목사나 교회 필요 없어 배척”
이 자리에서 원로 신학자이자 목사인 김경재 교수는 종교학자들이 예수의 종교적 영성과 치유, 선지자 등 다른 면모보다 ‘지혜자이자 철학자 예수’만을 강조한다거나 ‘바울의 신비체험을 폄하하고 있다’며 질책했다. 하지만 도올은 한국 기독교가 너무 신비주의에만 빠져 합리와 상식이 결여됐다면서 ‘죽은 예수와 부활한 예수’가 아니라 ‘살아있는 진짜 예수’를 만나기 위해 신약성서를 다시 편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겉만 핥는 표층 기독교가 아닌 심층 기독교에 대한 선(禪)적 언어를 통해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먼저 도올이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 자라 정통 교리의 터부를 깨는 자신에 대해 “한국 교회 목사들이 ‘길 잃은 양’이라고 한다”고 언급하자 김 교수는 “‘맞는 말 아니냐”고 말해 논쟁에 불을 붙였다.
도올은 “공관(마태·마가·누가)복음서에서 ‘길 잃은 양’이라고 한 것은 초대교회에선 한명이라도 이탈자가 생기면 문제가 많아 데려와야겠기에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며 “도마복음에선 크고 아름다운 한 마리다 무리를 떠나 드디어 자기 길을 찾아 간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도올은 “이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서 가라’고 했던 불교 <숫다니파타>의 비유와도 일치한 것”이라면서 “한 사람이라도 끌어모아야 할 당시에 <도마복음>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도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도 갈매기 조나단은 무리를 떠난다”면서 “모든 영웅신화의 기본이 바로 떠남이고, <도마복음>은 이를 찬양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 교수는 “어떤 종교든 표층만을 보는 이들이 있고, 심층으로 깊게 들어가는 이들이 있는데 기독교는 2천년 역사에서 지난 1600년간 심층을 거의 무시했다”면서 “하나하나가 선불교의 공안(화두)과 같은 깊은 의미를 지닌 <도마복음>을 통해 기독교의 심층을 회복하면 불교의 심층과도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공관복음은 ‘나를 따르라, 나의 제자가 되라. 나를 배우라. 나를 믿으라’고 하는데 <도마복음>은 ‘깨쳐라. 깨달아라’ 네 속에 있는 하나님을 찾아라. 네 속에 있는 하나님이 바로 너다’라고 기존의 성서에서 보도 듣도 못한 새로운 예수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도마복음>이 그렇게 심층적이었다는 점 외에도 그처럼 스스로 깨우치도록 하는 <도마복음>이 퍼지면 기독교인들이 (목사나 교회를 거치지않고) 직접 하나님에게 가버려 위계질서가 필요없어지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비체험 폄하 질책하고 부활론 부정 반박
도올은 “<도마복음> 2장을 보면 ‘구하는 자는 찾을 때까지 중단하지 마라’, ‘찾으면 고통스러우리라’, ‘그 때 너는 모든 것을 얻으리라’고 했다”면서 “초기 교회공동체선 ‘오면 축복을 받는다, 그런데 왜 안오느냐’고 하는데, <도마복음>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 오고, 고통을 겪고나면 세상이 아니라 자신을 다스리게 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도올은 “공관복음은 예수가 태어난 나사렛은 강원도 산골같은 시골이고, 예루살렘은 뉴욕 맨하탄처럼 그리고 있지만, 거꾸로 당시 나사렛은 레바논과 시리아, 인도, 에테네까지 직간접적으로 연결하는 선상에 있어 헬레니즘 분위기에 있었다”면서 “예수는 그런 곳에서 자라면서 팔레스타인이라는 좁은 마을의 지역민이 아니라 아시아적 가치를 구현해낸 세계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랬기에 “서양인들은 간파할 수 없는 성서의 본질을 동양인들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가 도올이 ‘지혜자로서 예수’만을 강조한다고 한데 대해 도올은 <도마복음>을 빌어서 “도마는 예수를 단지 지혜의 스승으로만 보지않고 어디서든지 밥을 나누는 공동식사와 누구든지 치료해주는 의료선교와 초기불교수행자보다 더 치열하게 무소유하는 정신과 인간, 특히 여성 등 약자들을 배려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혁명적인 사회실천가로 보았다”고 애둘러 설명했다.
도올은 “송나라의 주자도 유교에서 ‘천지의 별’이라는 공자의 4서(논어·맹자·대학·중용)를 마음대로 편집할 권한이 있었는데, 기독교의 불행은 아타나이우스가 정경(현재의 구약과 신약성서)을 발표한 뒤 모든 것을 막아버린데 있기에 마틴 루터는 신약 27서 체제에 반기를 들었어야 했다”면서 “오늘날 한국 기독교에서 신약성경이 왜 재편집이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도 “함석헌 선생은 ‘종교란 좋은 보석을 보관하는 궁궐이 아니라 거목이 자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면서 “살아있는 종교는 끊임 없이 성장하는 것인데, 완결된 것으로만 보려해 기독교의 놀라운 생명력을 젊은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도올이 바울의 케리그마(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음)선언이나 ‘부활론’에 대해 부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부활한 예수를 체험한) 바울의 다메섹 체험이 개인적 환각에 불과했다면 30년간 지중해를 돌아다니며 놀라운 창조적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었겠느냐”고 물었다.
“십자가 지는 사회적 실천 외면…십자가 지는 대신 탄다”
오 교수는 바울에 대해 “어떤 신학자는 기독교를 멈추기 위해 사탄이 심어놓은 게 바울이라고 하기도 한다”며 일단의 견해를 전했다. 도올은 “현대의 신학계 거목인 볼트만도 ‘기독교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이지 예수라는 사람에 대해 알 바가 없다’고 했다”면서 ‘인간 예수’를 접한 적이 없으면서도 기독교란 종교를 만드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바울의 영향으로 인해 실제 지상에서 살았던 ‘인간 예수’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지도 못하는 기독교계 풍토에 개탄했다.
그는 “영적인 몸으로 태어난다고 하는 바울의 부활 메시지에서 중요한 것은 십자가를 맨다는 것인데 현대 기독교인들은 십자가를 메는 사회적 실천은 외면한 채 죄악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도 “요즘은 십자가를 지는 대신 십자가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으며 “종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표피만을 보는 문자주의”라면서 “초자연주의는 이성 이전이고, 신비주의는 이성 이후로 초월하는 것이어서 혼합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오교수는 이와함께 “아프리카로 간 성자인 슈바이처 박사는 예수가 당대에 세상이 끝나리라고 생각했으나 종말이 오지않은 것을 알고, 그런 것으로는 더 이상 목회를 할 수가 없어서 아프리카로 갔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바울도 당대에 종말이 온다고 해서 요즘 같으면 다미선교회의 종말론 같은 주장을 폈지만, 그 때문에 바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올은 “유교의 주자는 종말론 없이도 천리(天理·하늘의 이치)에 다다를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면서 “이제 종말론과 기독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여기’를 도외시한 채 종말과 부활에 대한 포로가 되어있는 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살아있는 예수의 은밀한 말씀이니라’로 시작되는 <도마복음>이야말로 ‘죽은 예수’가 아닌 ‘살아있는 예수’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경전으로 꼽았다.
“초자연주의와 신비주의는 구분되어야”
김 교수는 “태초의 창조로부터 종말을 향해 간다는 직선적 시간 사관에 깊숙히 세뇌되어왔다는 것을 신학자로서 고백하지않을 수 없다”면서 “한국 교회는 그런 직선사관을 넘어서 이 세상은 잠시 머물러가는 여인숙 정도이고, 수직으로 상승하려는 욕심꾸러기같은 수직사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런 사관 또한 성서를 그렇게 해석한 패러다임에 불과하다”며 “성서는 오대양육대주처럼 넓은 바다와 같이 얼마든지 넓은 해석이 가능하다”고 폭넓은 해석을 응원하기도 했다.
이와관련해 도올은 “<도마복음>에선 제자들이 예수에게 ‘종말이 어떻게 오리까’, ‘너희가 종말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종말이 시작이 된다’고 답했고, ‘남자가 남자로, 여자가 여자로 인식되지 아니할 때 천국에 들어가리라’고도 했다”면서 “동양의 노자, 장자를 압도할만한 것들을 담고 있는 경전들을 왜 기독교에서 포기하느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강길 실장은 “기독교에선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고 몸이 부활해 살아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과학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면서 “신비주의는 초자연주의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기에 초자연주의와 신비주의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도올은 “존 듀이가 <어 커먼 페이스>(A common faith·공동 신앙)란 책에서 썼듯이 신앙은 이제 합리적으로 해석돼 상식이 공유되어야 서로 소통되고 인류에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도올 “구약 믿는 건 성황당 믿는 것과 다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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