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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호주가 반한 토종 소리꾼

등록 2009-08-14 18:59

배일동 명창, 득음 담은 다큐 화제

 

소리꾼 배일동(44) 명창은 투박한 외모에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쇳소리가 마치 고전 속의 장군이나 마당쇠를 연상시킨다. ‘기교’가 넘치는 ‘대중적 예인’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오는 16일 제천국제영화음악제에서 상영될 <중요무형문화제 82호>에서 외국 음악인들에 의해 토종 예인으로 등장한다.

 

이 다큐는 애초 오스트레일리아의 세계적인 재즈 드러머인 사이먼 바커가 1990년대 방한했을 때 우연히 중요무형문화제 82호였던 김석출(1922~2006) 선생의 동해안별신굿을 보고나서 큰 충격을 받고 한국의 토종음악을 찾아떠나는 이야기다. 이 과정을 바커의 친구이자 재즈 보컬리스트인 엠마 프란츠가 찍어 지난 2일 멜번 국제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는 등 세계적인 다큐영화제마다 초청된 작품이다.

 

<시드니 모닝헤럴드>에 의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특출한 음악가’로 꼽힌 바 있을만큼 서양음악에 통달했고, 아내의 고국인 일본음악까지 섭렵한 바커는 ‘두 박자’인 서양음악의 한계를 절감하다 한국 전통음악의 ‘3박자’와 ‘파워풀한 발성’에서 새로운 음악의 지평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에게 꼿혔던 김석출 선생은 고령과 병으로 인터뷰 자체도 힘들었고 다른 옛 예인들도 비슷한 처지이거나 한국의 전통음악을 설명해 줄 수 있을만한 지적인 토대가 없어 소통 자체가 어려웠다. 그런 신적 경지의 소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그 수련 과정을 찾아보고 싶은 꿈이 좌절된 그 앞에 빛으로 나타난 이가 배명창이었다. 바커가 ‘숨은 토종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전통 북 연주자이기도한 원광디지털대 김동원 교수로부터였다. 기교로서 매스컴의 현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음악인이 아니라 옛 토종 예인들처럼 내공을 기른 숨은 고수를 찾았던 바커는 ‘내가 애써 찾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했다.

 

전남 순천에서 자란 배명창은 초·중학교 때부터 학교 공부는 뒷전이고 <장자>를 섭렵하며 ‘진정한 소리’를 찾아나섰던 괴짜였다. 중학교 때부터 순천국악원에서 판소리를 배웠던 그는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목포해양전문대학을 나와 뱃사람으로 6년을 보내면서 기관실에서 파도소리와 목소리를 겨누며 목을 틔웠다. 명창 성우향-강도근으로부터 사사하며 목을 가다듬던 그는 어느날 1920년대에 녹음됐던  당대의 명창 송만갑, 이동백, 정정열, 박종기들의 소리에서 기교가 아닌 ‘치열하면서도 간결하고 소박함’을 발견했다. 그는 한번 소리를 하면 대문의 쇠문고리를 흔들릴 정도였던 송만갑의 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갔다. 승주 조계산에서 2년의 수련 뒤 지리산 달궁으로 들어가 산열매를 따먹으며 폭포수 아래서 소리를 연마했다. 그런지 3년 6개월이었다. 겨울 눈이 온산을 덮은 어느날 새벽 배에 기운이 가득차는가 싶더니 기운과 소리가 맣닿아 툭 터져버렸다. 그는 ‘득음’ 뒤에도 수련을 해 7년을 채우고 하산했다.

 

다큐를 찍기 위해 달궁의 폭포수를 찾았던 바커와 프란츠는 목숨을 건 예인의 수련 현장에서 눈물을 쏟으며 화면을 담았다. 그렇게 기(氣), 도(道), 소리, 신명 등 네개의 파트로 이어진 다큐가 탄생했다.

 

배 명창에 대한 소문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음악가들에게 알려지면서 폴이라는 음악가는 서울에 와 그에게 1년간 판소리를 배우고 갔다. 또 바커 등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 음악가들의 제안으로 배명창과 김동원 교수가 ‘다오름’이란 6인조 그룹을 결성했고, 이 그룹은 지난해 3월 시드니 오페라하수스에서 펼쳐진 첫공연에서 전좌석 매진이라는 기록으로 현지음악가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음악을 배우고 위해 대도시나 외국으로 나가기보다는 산으로 들어갔던 배명창은 어린시절부터 읽던 장자에서 지혜보다는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우직함을 배웠다고 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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