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총부 여는 류도성 교무
새달 9일 착공…내년 독립체제 출범
한국식 전통 고집않고 현지에 맞게
원불교가 내년에 국내(전북 익산)의 원불교중앙총부 외에 미주총부를 연다. 이 땅에 ‘새로운 불교’를 표방하고 나와 대표적인 민족종교로 자리매김한 원불교가 창교 94년 만에 가장 큰 전기를 맞는 셈이다. 원불교미주총부 위치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거리에 둘 예정이며, 오는 7월5일 착공한다. 미국에 파견된 50여개 원불교 교무들과 함께 미주총부 건설 선봉에 서서 일하던중 잠시 귀국해 서울 안암교당에 들른 류도성(45)교무를 만났다.
유니폼(교무복)을 입고 모범생처럼 깔끔한 모습의 한국 원불교 교무들과는 사뭇 다르게 히피같은 느낌이 풍긴다. 그도 그럴 것이 류 교무가 미국물을 먹은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원불교 남자 교무들은 태고종 스님들이나 성공회 신부들처럼 장가를 갈 수 있는데도 독신인 ‘정남’으로 살고 있는 것도 독특하다. 그의 출가 동기도 특이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하던 그는 그때만 해도 교회에서 방언기도를 열심히 하던 열성 크리스천이었다. 당시 방언기도를 하던 그는 내면의 울림을 듣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다가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과 인연이 있는 원불교 수도자로 출가하게 됐다고 한다.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에 원불교가 설립한 미주선학대학원에서 교수로 선(禪)을 지도하고 있는 류 교무는 요즘 ‘또 하나의 원불교’를 설계하느라 바쁘다. 미주총부는 한국 원불교의 법과는 다른 ‘교헌’을 두고, 정신적 지도자인 종법사도 따로 두어 국외에 독립 총부로 출범하게 된다.
“원불교는 영육쌍전(정신과 육체를 함께 단련함), 이사병진(마음공부와 일을 병행함)을 함께하는 공동체로 시작했다. 그러나 교단 창립 100년이 다 되고 총부가 커지면서 행정조직화해 초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류 교무는 그래서 미주총부에서 원불교의 초심을 되살릴 꿈에 부풀어 있다. 따라서 그는 미주총부를 국내의 ‘원불교중앙총부’와 같은 행정조직보다는 ‘삶 속에서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상시훈련원이자 삶과 공부를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로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오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토착화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였듯이 미국에서 미국에 맞는 원불교가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에서도 한국의 전통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주 보수적으로 여기는 유대교의 경우도 미국에 5개 교파 가운데 3개 교파가 동성애자를 성직자로 받아들이고, 1개 파는 이를 논의하고 있을 만큼 열려 있어요. 동성애자는 고사하고 원불교에 출가하려면 여성은 결혼도 할 수 없고, 무조건 대학을 졸업해야 하니 한국과 달리 학사가 4분의 1뿐인 미국에선 너무 문턱이 높은 것이지요. 그들과 너무나 다른 유니폼과 그들의 삶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지요. 미국에선 가톨릭 신부와 수녀들도 평상시 유니폼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한국에 있는 그의 노선배들은 놀라 자빠질 수도 있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원불교의 스승들은 오히려 ‘파격적’이었다.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미국인이 총부에서 종을 치면 내가 다시 온 줄 알라고 했고, 2대 종법사인 정산 송규 종사는 “훗날 국내는 재가자들이 지키고 교무들은 모두 해외와 북으로 가라”고 했고, 3대 대산 김대거 종법사는 해외총부, 해외종법사라는 안을 제안했고, 4대 좌산 이광정 종법사는 “미국에서부터 원불교의 신선한 바람을 불게 하라”고 했으며 현 경산 장응철 종법사는 해외총부의 첫삽을 뜨게 됐다. 그 스승들의 뜻을 받들어 그가 미국에서 어떤 원불교를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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