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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기독교 신자가 절에 가 밥 먹어도 문제 안돼”

등록 2009-05-20 09:02

  여의도순복음교회 취임1년 이영훈 담임목사

 “종교, 남북, 좌우, 빈부 갈등 해소, 조화 중요”

 ‘나의 나 된 것’으로 독자적 목회 방식 연착륙

  

 

 세계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라는 이름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 조용기(73) 목사가 교회의 수장인 담임목사 자리를 이영훈(55) 목사에게 넘겨준 지 1년이 됐다. 이 목사가 취임 1년 만에 지난 15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 얼굴을 나타냈다.

 2년6개월 전 처음 ‘후계자’로 결정됐을 당시 살얼음을 걷듯 조심스런 것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조 목사가 형식상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매일 교회에 출근하고 설교도 하는 ‘실질적 상왕’이어서 이 목사는 여전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음에도 1년 동안의 목회를 통해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다. 교회 쪽도 1년 전 ‘조용기 이후’에 대한 극히 불투명한 전망과 달리 바통 터치가 무난히 이루어지고 ‘이영훈 체제’가 연착륙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 목사의 취임 뒤 수도권 19개 지교회를 분가시킴으로써 78만명의 신자가 40만명으로 줄었지만, 지난 1년 동안 새신자만 1만2천명이 늘어날만큼 이 목사의 목회가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조 목사의 ‘후계자’답게 순복음의 특징인 초대 성령회복운동을 하면서 새벽기도와 전도축제 등을 통해 1만2천명을 새신자로 등록시켰고, 올해도 2만명의 신자를 늘리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얼마 전 효창공원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푯말을 단 짐차 위에서 부침개를 붙여 노인들을 불러모아 부침개를 먹이는 것을 보았는데, 순복음교회의 전도 기간이었던 듯)  헌금도 줄지 않아 연 18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교회 재정도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의 경우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헌금이 10%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사실상 ‘독립 교단 수장’ 취임…조 목사 ‘은퇴 후 사업’ 뒷받침도

 

 이 목사는 19일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지교회 19개를 묶어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 지방 총회장에 취임함으로써 사실상 ‘독립 교단의 수장’이 되었다. 여의도순복음으로부터 출발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는 3개 교단으로 나뉘어 내홍을 겪어왔는데, 조 목사의 설득도 별무효과로 통합이 이뤄지지 않자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독자적인 조직으로 출범한 것이다.  여의도순복음지방총회장은 분열된 교단 가운데 하나로 조 목사의 동생인 조용목 목사가 대표총회장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산하에 포함되긴 하지만 교단에 버금가는 독자성을 갖기로 했다. 이 목사는 교단 분열에 대해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절대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결의할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순복음 지방총회에 속한 19개 지교회는 ‘제자교회’로 불린다. 개신교에서 함의하는 ‘예수의 제자’라는 뜻보다는 ‘조용기 목사의 제자’라는 뜻이 더 뚜렷해 보인다. 대부분 신자 1만~2만명 이상으로, 하나하나가 대형교회인 19개 지교회는 현재 담임목사 선임까지 마친 상태다. 지교회들은 독자적으로 선거를 통해 담임목사와 장로를 뽑도록 돼 있지만 재산권은 ‘독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만약 분열이 되더라도 재산은 가지고 나가지못하고 본인만 나가야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현 교단 분열에도 불구하고 약 천억대의 돈이 적립돼 있는 연금에 대해서도 재산권을 확보해 교단이 분열돼도 돈은 흩어지지않는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 목사는 은퇴후 ‘2기 사역’의 초점을 구제사업에 맞춰 지난 2007년부터 평양에 심장전문병원을 짓고 있는 것을 비롯해 재단법인 ‘사랑과 행복나눔’, 해외 저개발국을 지원하는 엔지오 굿피풀, 직업교육과 재가노인방문 요양서비스를 하는 엘림복지회, 말기 암환자를 돌보는 순복음호스피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이 목사는 모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제자교회인 19개교회의 힘을 모아 조 목사의 이런 ‘은퇴 후 사업’을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현재 64개국에 718명의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는데, 이들을 통한 선교 사업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와 19개 지교회가 협력 선교를 할 것이라고 했다.

 

 

 “모르고 예수 안 믿어도 선한 양심 따라 살면 구원 가능성”

 

 그러면서도 ‘조 목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홀로서려는 모습도 감지된다. 이 목사는 “나의 나된 것은 주님의 은혜”라는 성서구절을 인용했다.

 이 목사는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도착한다. 낮에는 설교하랴, 공무를 보랴,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느라 시간이 나지않아 유일하게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새벽이어어 그 시간에 나온다고 했다. 이 목사는 설교 때 찬양을 많이 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자신의 목회 방식을 정착시켜가고 있다.  또 ‘서민 신자’들의 신앙심을 이용해 정치적 보수단체의 보호막이 되어 정치적 파워만을 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수장임에도 특별히 ‘약자의 편’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한 판사로부터 판결을 할 때는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의 말을 더 많이 들어준다’는 얘기를 듣고 타당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한글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1백만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이혼부모 등으로부터 버려지거나 시골의 조부모에게 맡겨지거나 방치된 아이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교회들이 힘을 합쳐 자립할 때까지 책임지고 돌봐주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들은 은퇴 목사들을 위한 구상도 밝혔다. 최근 미국의 신학대에서 가르쳤던 제자가 전남 해남의 바닷가 땅 2만여평을 자신에게 기증했는데, 은퇴해서 갈곳 없는 목회자들이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노후복지시설을 만들겠다는것이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신앙적으로도 보수일변도라는 세간의 평가를 무색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교회 다니는 신자가 사찰에 가서 밥을 먹어도 되느냐”는 한 질문에 그는 “문제가 안된다”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이 분단돼 있고 갈등이 심한 우리나라에선 종교와 남북, 좌우, 빈부 간의 갈등을 줄이고 조화를 이루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교계가 반발하는 각 지방의 성시화(聖市化)운동에 대해 “나도 자주 띠를 매고 신자들과 함께 청소하러 나서는 것처럼 성시화는 기독교도시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청소해 깨끗하고 거룩한 도시를 만들자는 운동”이라면서 “불교계에서 오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어떤 사람이 기독교가 들어오지 않은 땅에서 살다가 하나님을 모른 채 죽는다면 그는 구원을 받을 수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하나님은 선한 양심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면서 “‘선한 양심을 따라 살아갈 때는 구원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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