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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관조 스님의 ‘사리’ 같은 작품들

등록 2022-10-12 07:00수정 2022-10-12 09:03

열반 16년만에 유고사진집 나와
승려 사진작가 관조 스님의 맏상좌(첫 제자) 승원 스님이 사진집 <관조>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승려 사진작가 관조 스님의 맏상좌(첫 제자) 승원 스님이 사진집 <관조>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불교계 대표적인 승려 사진작가였던 관조 스님(1943~2006)의 유고 사진집이 열반 16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사진집 <관조>(觀照)는 관조 스님이 1975년부터 30년간 찍은 20만여점 가운데 불교 관련 사진 278점을 엄선해 담았다. 관조 스님의 맏상좌(첫 제자)로 조계종 기획실장을 지낸 바 있는 승원 스님(경기 가평 백련사 주지)은 11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출간간담회를 갖고 “<관조>는 사진 작품이 아니라 우리 스님의 사리”라며 감격을 전했다.

승원 스님은 “64살에 열반에 들기 전 은사 스님이 병석에서 ‘지금까지 냈던 사진집과는 다른 양질의 책을 내고 싶은데 이제 어려워졌다’고 안타까워하자 ‘제가 내드리겠다’고 손을 잡고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스님이 열반한 가을만 되면 마음이 무거웠는데, 드디어 이 사진집을 내게 되어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마음의 짐을 더는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범어사 기와. 관조 스님 사집집 &lt;관조&gt;
범어사 기와. 관조 스님 사집집 <관조>

신흥사 명부전 문살. 관조 스님 사진집 &lt;관조&gt;
신흥사 명부전 문살. 관조 스님 사진집 <관조>

관조 스님은 30대 초반 해인사 강원 강주를 맡고, <방거사어록> <서장> 등 주요 선어록 번역·해설서를 낼 만큼 교학과 수행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승들의 모습과 스님들의 삭발 장면, 내밀한 절집 모습 등을 담은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어른 스님들이 ‘중이 무슨 사진이냐’며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저도 ‘왜 우리 스님은 사진을 찍어서 나를 창피하게 하실까’라며 불만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비난을 무시하고 사진 외길을 간 것은 ‘나라도 사라져가는 절집 안의 모습을 남겨서 불교 전통을 전승시켜야 한다’는 원력이 있었던 듯하다.”

일타 스님(왼쪽부터), 조계종 전 종정 서암 스님, 조계종 전 종정 성철 스님, 조계종 전 종정 혜암 스님, 조계종 전 종정 법전 스님. 관조 스님 사진집 &lt;관조&gt;
일타 스님(왼쪽부터), 조계종 전 종정 서암 스님, 조계종 전 종정 성철 스님, 조계종 전 종정 혜암 스님, 조계종 전 종정 법전 스님. 관조 스님 사진집 <관조>

운문사 공양간. 관조 스님 사진집 &lt;관조&gt;
운문사 공양간. 관조 스님 사진집 <관조>

예천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관조 스님 사진집 &lt;관조&gt;
예천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관조 스님 사진집 <관조>

승원 스님은 “관조 스님은 강릉 굴산사지와 신복사지, 한계사지 같은 폐사지에도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가고, 아침·낮·저녁에 각기 다른 햇빛·습도·온도에서 찍을 정도로 세심했다”며 “특히 바위 위 마애불 사진은 프로 사진작가들이 ‘우리도 찍으면 이렇게 안 나오는데 어떻게 이런 훌륭한 조합을 살려내는지 모르겠다’고 할 만큼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관조 스님은 1980년 첫 사진집 <승가>를 낸 이래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선’으로 꼽힌 <사찰 꽃살문> 등 20여권의 사진집을 냈다. 이번 <관조>도 기존 사진집들과 마찬가지로 필름 카메라로 작업한 사진들로만 이뤄져 있다.

승려 사진작가 관조 스님의 맏상좌 승원 스님이 사진집 &lt;관조&gt;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승려 사진작가 관조 스님의 맏상좌 승원 스님이 사진집 <관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관조>는 관조 스님의 출가본사이자 평생 주석했던 부산 범어사 사진으로 시작해 당간지주와 천왕문, 탑, 대웅전에 이어 불상, 탱화, 닫집, 문살, 수미단, 나한, 단청 외에도 수행자들의 일상 공간인 승방, 공양간, 다비식, 수계식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성철 스님과 경봉 스님 등 당대 고승들의 생생한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 필터나 조명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관조 스님은 부산미전 금상, 동아미전 미술상, 현대사진 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국립박물관 순회전시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카고, 캐나다 토론토 등 해외전시에서도 호평받았다.

승원 스님은 “오는 24일 백련사에서 봉행하는 (관조) 스님 다례제에서 자연석에 유골을 모신 부도 제막식을 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사진집을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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