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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제사상 홍동백서 근거 없어…국, 나물 등 열가지면 충분”

등록 2022-07-18 18:37수정 2022-07-20 11:10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새 회장
심산 초대 회장 이후 첫 만장일치 추대
70~80대 주류 유림에서 이례적 50대
“유교, 글로벌 시대 변화에 발맞춰야
남명과 심산 새로 배향 검토할 때”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 조현 종교전문기자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 조현 종교전문기자

“추석과 설 차례상을 제사상처럼 차릴 필요가 없어요. 최대한 간소하게 하면 된다고 봅니다.”

최영갑(58)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새 회장은 취임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 종로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차례상의 간소화’ 구상을 밝혔다. 독립운동가였던 심산 김창숙 초대 회장 이후 내분으로 유교 교화의 총본산으로서 구실을 못하던 성균관유도회총본부가 이번에 회장을 만장일치로 옹립한 건 심산에 이어 두번째다. 더군다나 70~80대가 주류인 유림에서 50대 수장을 선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 회장의 일성은 변화였다. 그는 미리 배포한 취임사에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줄도 모르고 우리만의 세계에 갇혀 우리만의 축제를 즐기며 사는 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면서 “이것이 진정 공부자(공자를 높여 부르는 말)와 주자의 뜻이겠냐. 아니면 퇴계 선생과 율곡 선생의 뜻이겠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변화는 유교철학의 핵심이므로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유교를 위해 비록 늦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변할 것”을 촉구했다.

“제사상에 과일 놓는 순서로 알려진,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음),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 밤, 배, 곶감)는 근거가 없는 거예요. 그냥 편리하게 놓으면 되고, 제사상에 밥과 국, 나물, 술을 비롯해 과일 몇 가지면 된다고 봅니다.”

그는 유림으로서는 젊은 소장파답게 “갑오경장(1894년)으로 계급이 철폐돼 너 나 할 것 없이 양반가의 상차림 방법을 모방하면서,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른 상차림법이 유교의 제사법인 양 정착된 것”이라며 “20종류나 되는 가짓수를 절반 정도로 줄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조상 제사가 소홀할 때면 호통을 치곤 하던 유가의 옛 어르신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는 제사 간소화를 놓고 유림 여론을 조사하는 것과 별도로, 제사에 대한 대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해 추석을 앞두고 그 방안을 발표할 것임을 예고했다. 조상 제사를 가장 중시하는 유림 반발에 부닥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최 회장은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향교 등에 강연을 다니면서 제사를 간소화하는 안을 제안했을 때 실제로 어떤 유림도 반대한 적이 없다”면서 “유림도 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종갓집에서 유지하는 무형문화재와 같은 제사의례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차례와 제사의례를 간소화하자는 것인 만큼 유림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가는 것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가톨릭에서 새로 성인이 탄생하는 것과 달리 문묘에 배향된 39위는 조선시대 이후 전혀 변화가 없는데, 고정되어 있으면 죽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남명 조식 선생이나 심산 김창숙 선생 같은 분을 새롭게 배향하는 것도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문묘에 공자 등 중국 성현과 우리나라의 18현 등 39위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데, 새롭게 더 모시는 것을 논의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최영갑 회장. 성균관 제공
최영갑 회장. 성균관 제공

어린 시절 서당 훈장이었던 외조부로부터 한학을 배웠다는 최 회장은 성균관대 유학과와 대학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겸임교수를 거쳐 성균관 기획실장, 교육원장, 선비문화수련원장, 유교경전편찬위원회 편집위원장 등을 지냈다. <n세대를 위한="" 유교철학="" 에세이="">, <공자와 맹자의 도덕철학>, <군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한권으로 읽는 동양철학 이야기> 등을 펴내 유학을 대중과 접맥할 수 있는 드문 인재로 평가받아왔다. 수십 년 동안 전국 234개 향교에 발이 닳도록 다니며 강연하면서 유림 속에서 살아온 만큼 유림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n세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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