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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3년간 ‘교단 남녀차별 개선’ 등 과감한 혁신”

등록 2022-04-07 18:39수정 2022-04-08 02:36

[짬]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이 7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태산백주년기념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원불교 혁신안을 밝히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이 7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태산백주년기념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원불교 혁신안을 밝히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오는 28일은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이 전남 영광에서 26살에 깨달음을 얻어 원불교를 연 지 107돌을 맞는 대각개교절이다. 원불교는 개교 100여 년 만에 국내 4대 종단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교무들이 모범적인 성직자상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대각개교절에 배포한 교전에서 심각한 오·탈자 문제가 불거져 초유의 경전회수 사태를 빚고 교단 최고의결기구인 수위단원들이 6년 임기의 절반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원 사퇴하고, 행정책임자인 교정원장이 연이어 교체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혁신을 요청받고 지난해 11월 임명된 나상호(61) 교정원장이 7일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태산100주년기념관에서 원불교의 혁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외부에 말하기 어려웠던 교전 사태뿐 아니라 팬데믹으로 교단은 전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원불교는 교단 창립 이래 36년마다 장기 계획을 짜는데, 내년에 4번째 36년을 맞는 원기 108년이어서 올해부터 3년간 교단 안팎의 의견을 결집해 교단 혁신을 해가기로 했다.”

앞으로 3년을, 그동안 누적되어왔음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혁신하는 기간으로 삼기 위해 교단혁신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교단 내 남녀차별과 출가와 재가자간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제도적 개혁들을 논의한다. 혁신안 중 가장 민감한 것이 여성 교무들의 결혼 허용 문제다.

“원불교 성직자는 원칙적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여성 교무는 결혼할 수 없다고 단정하고 있지 않지만, 실제 남성 교무는 90%가 결혼을 하는데 여성 교무들은 결혼을 전혀 하지 않았다. 교무 지원 때부터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정녀(독신여성교무) 서약서’를 받아 결혼할 수 없었는데, 작년에 정녀서약서를 철폐해 여성 교무들도 결혼할 수 있게 했다. 이것 하나 고치는 데도 30년이 걸렸다.”

하지만 서약서 폐기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여성 교무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아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게 나 원장의 진단이다. 전통식으로 쪽 찐 머리와 한복을 입는 교무 복식의 변화를 두고도 마찬가지다.

“30대 젊은 여성 교무들은 현재의 복식으로 지하철을 타면 젊은이들이 쳐다보는 등 활동에 제약이 많고, 머리를 잡아당겨 만드는 쪽 찐 머리도 신체적으로 무리가 가서 (좀 더 편리하게) 바꾸자고 하지만, 60대 이상 교무들은 현재 복식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원불교의 진리가 좋아서 입교해 헌신한 기성세대는 어렵더라도 교단의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했지만 신세대는 세상이 달라진 만큼 새로운 변화에 맞춰 교단도 현대적으로 과감하게 변화해 가야 한다는 혁신 요구가 거세다고도 했다.

대각개교절 앞둔 7일 기자회견
작년말 취임 후 혁신특별위 설치
“여성 교무 결혼 허용과 복식 규제
출가와 재가자 차별 문제 등 논의
종법사와 교정원장 선출 방식도”
4월 한 달 ‘원불교 아라미 문화축제’

원불교 익산총부 내에 있는 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성탑 앞에 선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원불교 제공
원불교 익산총부 내에 있는 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성탑 앞에 선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원불교 제공

“원불교 지도자인 종법사 선출 권한이 있는 교단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원의 구성비를 놓고도 지나치게 출가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남녀 간 평등뿐 아니라 출·재가 간 평등을 주창한 소태산 정신에 어긋난다는 재가자들의 수위 높은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종법사를 비롯한 수위단원 35명 가운데 재가자는 4분의 1 정도여서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는 행정 수반인 교정원장을 종법사가 지명하지만, 교정원장도 종법사처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종권과 교권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어서 이에 대한 우려도 크다. 혁신엔 교정원장, 수위단원 구성과 선출 방식뿐 아니라 종법사 선출 방식 등도 총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원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다. 불교의 ‘부처님 오신 날’과 기독교의 ‘성탄절’이 교주의 탄생일을 최대 명절로 여기는 것과 달리 교조가 깨달은 날인 대각개교절을 가장 중요시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원불교는 이런 정신에 따라 출가자뿐 아니라 재가자들도 수행 정도를 사정(검증)하는 시스템을 두고, 대각여래위, 출가위, 법강항마위, 법마상전급, 특신급, 보통급 등 6개 등급으로 나눈다. 수위단원으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법강항마위 이상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각여래위는 소태산대종사와 정산종사, 주산종사, 대산종사, 상산종사 5명이 추존되었고, 출가위는 현재 생존자 111명을 비롯 모두 165명이다. 교단에서 수위단원으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법강항마위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법위에 대해서도 논의의 필요성이 나온단다. “혁신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적어도 출가위라면 그에 걸맞는 인격을 보여줘야 할 텐데, 현재 너무 수가 많은 것 아니냐’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좀 모자라더라도 수행을 해가며 (사후적으로) 채워가자’는 이견도 있다.”

1986년 출가한 이후 2대 종법사인 정산 송규 종사와 좌산 이광정 종법사의 가르침을 가까이서 받았다는 나 원장은 “이 모든 논쟁이 교단의 내실과 발전을 위한 한 방향으로 결집할 것”이란 희망을 밝혔다.

한편 원불교는 대각개교절을 기념해 4월 한 달간 ‘원불교 아라미 문화축제’를 연다. 아라미는 깨달음을 알린다는 의미를 담은 ‘알다’와 원불교 상징인 일원상을 뜻하는 동그라미에서 따와 만든 말이다. 원불교 공식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진행되는 축제에서는 원불교 아라미 초성퀴즈, 일상 속 원(圓) 찾기 등 푸짐한 경품과 함께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되며, 22∼24일에는 대각개교절 표어인 ‘다 같이 다 함께’를 주제로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 일대에서 오프라인 축제도 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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