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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오 “기미년 삼월의 씨앗, 손병희를 노래해요”

등록 2022-02-24 18:26수정 2022-02-25 17:19

동학 3대 교주 의암 손병희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좌장 구실
일제 고문 후유증으로 순국한 지 100년
28일 ‘독립운동가의 노래’ 콘서트로 기려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를 여는 가수 문진오. 문진오 제공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를 여는 가수 문진오. 문진오 제공

“목숨의 무게가 버거울 때 자네가 누구인지 모를 때/ 기미년 삼월의 씨앗을 기억해주게/ 어서 가시게 자네들 세상이 올 것이네/ 기억하는 한 실패는 아니라네/ 맨주먹이었으나 빈손은 아니었네 독립, 독립, 독립/ 이 노래를 불러주게 끝까지 마지막 한순간에 다다를 때까지”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저녁 6시30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열리는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에서 불릴 ‘겨레의 가슴 손병희’(신채원 작사, 문진오 곡)의 노랫말이다.

의암 손병희(1861~1922)는 천도교(동학) 3대 교주로, 3·1운동 당시 기라성 같은 민족대표 33인의 좌장 구실을 하며,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전국민적 비폭력 독립만세운동의 판을 짰다. 해방 후 환국한 백범 김구가 첫번째로 참배한 곳도 북한산 우이동 손병희의 묘소였을 만큼 독립운동사에서 국부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천도교 세가 약해지면서 의도적으로 배제·소외된 감이 적지 않다.

의암 손병희. <한겨레> 자료사진
의암 손병희. <한겨레> 자료사진

이런 손병희를 다시 불러온 이는 잊혀져가는 독립운동가들의 노래를 꾸준히 발표해온 민중가수 문진오(54)다. 지난해 광복절에 독립운동가들의 노래를 담은 ‘다시 찾은 빛’이란 온라인 공연을 했던 그는 올해 3·1절을 앞두고 공연장을 찾던 중 동학혁명정신선양사업단을 만나면서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올해로 개관 100년을 맞은 천도교중앙대교당은 손병희가 당시 건물 지을 돈을 3·1운동과 독립운동 자금으로 쓰는 바람에 건립이 늦어졌다. 올해는 손병희가 3·1운동 뒤 일제의 고문 후유증으로 순국한 지 100년 된 해이기도 하다.

백범은 귀국 후 이 대교당을 찾아 연설하며 “천도교가 없었다면 중앙대교당이 없고, 중앙대교당이 없었다면 상해임시정부가 없고, 상해임시정부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독립도 없었을 것이외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천도교중앙대교당은 종합잡지의 효시인 <개벽>과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부인> 등 초기 잡지를 발행한 곳이자, 1924년 관동대지진 1주기 추모집회가 열린 곳이다. 이곳에서 조선의 혼을 깨웠던 손병희의 마음이 울려퍼진다. ‘겨레의 가슴 손병희’란 시를 지은 신채원 작가는 “손병희의 노래를 부를 문진오의 외모가 손병희 선생님을 많이 닮아 깜짝 놀랐다”고 했다.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를 여는 가수 문진오. 조현 종교전문기자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를 여는 가수 문진오. 조현 종교전문기자

문진오는 그간 여운형, 장준하, 김알렉산드라, 권오설, 황병학 등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노래해왔다. 2019년엔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음반 <독립운동가의 노래>를 발표했다. 1989년 한양대 재학 시절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에 합류했던 그는 오랫동안 약자의 편에 서서 인권과 평화, 정의를 주제 삼아 활동해왔다.

“대학 때 동아리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 다른 동아리반에서까지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술집에 가서도 한 팀이 노래를 부르면 다른 팀도 불러 주고받곤 했다. 민주화운동의 시대이자 노래의 시대였다. 그런 노래들에 힘이 있었다.”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를 여는 가수 문진오. 문진오 제공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를 여는 가수 문진오. 문진오 제공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7년간 직장 생활과 병행했을 때를 빼고는 지금껏 전업 민중가수의 삶을 이어온 것도 그 노래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여운형 선생의 노래를 만들며 민주화운동가 이전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눈을 뜨면서 그들의 삶을 기리는 데 집중했다.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때는 어려서 몰랐지만, 민주화 투쟁의 이념들은 새로 만들어낸 게 아니고, 이미 독립운동가들로부터 이어져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우리가 망각했을 뿐이다.”

그가 서울 망원동의 좁은 작업실에서 곡을 만들고 콘서트를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가슴을 전하는 것은,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몫’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열리는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 포스터. 문진오 제공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열리는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 포스터. 문진오 제공

작사가조차 알려지지 않은 구전가요인 ‘독립군 추도가’로 이번 공연의 서막을 여는 것도, 동포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내놓으면서 이름조차 남기지 않은 수많은 무명 지사들을 흠모해서다. 문진오는 지금까지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6·10 만세운동의 주역 권오설을 비롯한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을 알리는 곡을 다수 만들고 노래해 음반과 뮤직비디오에 실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안중근, 여운형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10명의 마음을 굵직한 그의 소리로 2시간가량 전할 예정이다. 4인조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도 함께한다.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열리는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에 출연하는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 문진오 제공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열리는 서사 콘서트 ‘독립운동가의 노래’에 출연하는 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 문진오 제공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백신 접종 완료자만 입장할 수 있다. 브이아이피석 10만원, 일반석 5만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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