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선물을 전달한 한국교회총연합 대표단. 한교총 제공
올해 크리스마스는 진짜 ‘고요한 밤’이 될 전망이다.
흥겨운 캐럴과 반짝이는 성탄 트리 사이로 인파가 넘쳤던 번화가도 조용해졌지만, 그보다 더 ‘침묵’에 싸인 곳은 바로 교회다. 최대 경축일인 성탄 시즌이 되면 교회는 예배·미사뿐 아니라 청년부·아동부 등 파트별로 각종 공연과 축제를 펼치곤 했다. 크리스마스와 송구영신 예배가 있는 연말·연초는 교회가 가장 붐비는 시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 3차 확산 사태로 교회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집 안에 성탄 트리를 장식하는 이들이 부쩍 늘면서 대형마트의 크리스마스 장식품 수요는 크게 늘었다지만, 교회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소박한 성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해마다 12월 초 서울광장에서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열렸던 성탄 축제도 올해는 트리 조명만 켜는 온라인 행사로 대체했다.
교계 연합기관은 이러한 위기를 오히려 ‘성탄의 본질’을 되찾는 계기로 삼자고 호소한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크리스마스 메시지에서 “사랑을 전하고 싶어도 전할 수 없는 언택트 상황이지만,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 안에서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영(靈)택트 성탄절을 만들자”며 “분주함을 멈추고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를 주신 아기 예수를 만나는 고요하고 거룩한 성탄절 문화를 회복하자”고 권했다.
한교총은 코로나에 찌든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성탄 선물로 캐럴과 선물 나눔 행사를 준비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향악단의 음원 협찬을 받아 ‘고요한 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저 들 밖에 한밤중에’ 등을 ‘유튜브 한교총 티브이’를 통해 지난 15일부터 매일 2곡씩 배포하고 있다.
지난 2일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행사를 펼친 한국교회총연합. 한교총 제공
한교총 대외협력 담당 박요셉 목사는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음에 따라 교회에서 한꺼번에 20명 이상씩 모이지 못하게 되면서 크리스마스 예배와 행사가 어렵게 됐다”며 “크리스마스 전통대로 이웃과 사랑의 선물 꾸러미를 나누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연말 위문품 전달을 위해 군부대나 지역 경찰 등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부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교총이 지난 2일 정기총회일에 이웃과 함께 10㎏짜리 김장김치 920상자를 나눠준 데 이어 17일엔 코로나 대응에 매진해온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롤케이크 500개를 전달한 것도 이웃과의 나눔과 연대의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중심으로 한 국제구호단체 굿피플도 최근 ‘사랑의 희망 박스’ 행사를 열어 17종의 식료품과 KF94 마스크를 담은 희망 박스 2만2천개를 제작해 국내외 취약계층에 전달하기로 했다.
중대형 규모 교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콘서트를 하는 경우도 많았으나, 올해는 온라인 행사로 속속 대체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서현교회 이상화 목사는 “매년 교회 내 프로 연주자와 전공자로 구성된 문화 전문 사역자들이 성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한 콘서트를 열었는데 올해는 지난 12일 랜선 공연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한편, 불교계도 대표적인 겨울철 행사인 ‘동지 팥죽 나눔 행사’를 열지 않는다. 매년 조계사를 비롯한 많은 사찰은 동지 때마다 신자와 이웃을 초청해 동지 팥죽을 무료로 나눠준 바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대신 21일 동짓날 코로나19 대응에 매진해온 국립중앙의료원, 서남병원, 동부병원 등을 방문해 총 500명분의 동지 팥죽을 전달하기로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