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13일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봉행된 성탄 트리 점등식. 한겨레 자료사진
종교지도자들이 성탄을 앞두고 일제히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는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6일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성탄 메시지를 통해 “곤경 속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성탄이 희망과 위로의 빛으로 다가오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생활고에 시달려 고통의 나락으로 내몰리는 많은 서민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참 아프다”며 “소외당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형제적 사랑을 가져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앞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이경호 성공회 주교와 총무 이홍정 목사도 성탄 메시지에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다중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인류 공동체와 한국 사회는 비극적인 전망 속에서도 인류라는 가족을 재발견하고, 사랑과 연대, 상생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하고 있으며 성탄의 기쁜 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라고 초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사랑의 실천을 왜곡시키고 정의와 평화의 길을 굴절시키고 있다”며 “특히 배타적인 교회에 대해 그런 교회는 우리 공동체 전체를 사랑으로 책임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공동체로부터의 소외를 경험하게 될 것이기에 사회 속에서 존재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는 교회의 현실에 대해 깊은 성찰과 회개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소강석·이철·장종현 목사)도 ‘한 줄기 빛으로 찾아오소서’를 제목으로 한 성탄 메시지에서 “2020년 성탄절은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고, 사랑을 전하고 싶어도 전할 수 없는 언택트(Untact) 상황이지만,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 안에서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영(靈)택트 성탄절을 만들어 보자”고 전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성탄절을 앞두고 17일부터 28일까지 12일간 조계사 일주문에서 차별 없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성탄절 연등’을 밝히기로 했다. 원행 스님은 “인류에게 사랑과 평화의 가르침을 주신 예수님의 탄신을 축하한다”며 “종교와 성별, 계층을 떠나 따뜻한 마음을 편지와 전화로 서로에게 전하여 마음만은 멀어지지 않도록 주변을 살피자”고 말했다. 조계종은 17일 오후 5시30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일주문에서 성탄절 연등 점등식을 봉행하기로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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