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17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논란이 되는 ‘핵’의 위험성과 부도덕성을 경고하며 탈핵정책을 취할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국내 대주교·주교·아빠스가 모두 모이는 주교회의는 1년에 한번씩 한국 천주교의 나아갈 바를 정하는 정기총회를 지난 14~15일 열고 담화문과 함께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란 소책자를 내놓았다. 앞으로 이 책자는 한국 천주교인들에게 강론하고 교육하는데 활용된다. 주교회의 차원의 탈핵 요구는 일본과 독일에 이은 세번째다.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주교들의 총의를 모은 담화문에서 “핵발전은 개개인의 이득을 따지며 대안과 시기를 가늠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과 현대와 미래의 모든 인류를 위해 당장 결단해야할 일”이라며 탈핵을 요구했다.
주교회의는 이날 발표에서 “‘핵’과 ‘원자’는 분명히 다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위험성과 가공할 파괴력, 회복불가능의 영구적 폐해가 주는 공포심을 희석하기 위해서 ‘핵발전’ 대신에 ‘원자력발전’이란 용어를 쓰고,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거나 핵무장의 이데올로기를 확대하기 위해서만 ‘핵무기’를 쓰며 같은 용어를 ‘원자력발전’과 ‘핵안보정상회의’로 다르게 이용한다”며 ‘원자력발전이 아니라 핵발전이라고 불러야함’을 분명히 했다.
주교회의는 “1945년 70여만명이 사망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을 비롯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2011년의 일본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가 보여주듯이 핵사고는 대량 살상, 피폭에 따른 급성방사성증후군, 암 발병과 유전적 손상에 따른 돌연변이와 기형 따위의 장기적인 후발성 이상 증세를 가져오고, 피해를 영구적으로 회복할 수 없고, 한 번 유출된 방사능 물질은 인위적으로 제거할 수 없고 임시 격리할 수 밖에 없고, 그 부담을 현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전가해 자손들의 생명권을 해친다”고 경고했다.
주교회의는 또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후쿠시마 핵사고 뒤 독일이 노후 핵발전소 8기를 가동 중단한 뒤 프랑스와 체코로 부터 전력을 매달 약 1500억원을 들여 사들여왔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독일이 프랑스에 전기를 수출하고 프랑스는 핵발전 비중이 75%나 되는데도 전기를 수입하면서도 제한 송전을 감행하고 있다”며 “초·중·고 사회 과학교과서도 핵발전공보기관인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계획에 따라 ‘원자로(핵반응로)는 절대로 폭발할 수 없다’고 하는 등 정보 왜곡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강우일 주교는 “밀양송전탑에서 보듯 전기를 소비하는 도시인들을 위해 거의 전기도 쓰지않는 시골 사람들이 재산권과 생명권을 훼손 당하는 불의가 저질러지는 것도 핵발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순점”이라며 “인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해야하므로 대량생산하고 지금 당장의 편의만 취하기보다 불편을 받아들이는 삶의 변화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폐허로 변한 체르노빌 사진 구글
체르노빌 피폭 현장. 사진 구글
체로노빌 핵발전소 폭파 당시 눌러붙어버린 동물의 형체. 사진 구글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피폭 지역에서 발생한 기형아들. 사진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