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성장만큼 빠르게 성장한 것이 개신교 교회다. 특히 한국의 교회 규모는 놀라울 정도다. 세계 50대 대형 교회의 절반에 가까운 23개가 한국 교회라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준비위원회도 외국 교회 지도자들이 한국 교회의 성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한다며 대형 교회와 성장을 한국 개신교의 자랑거리로 내세울 정도다.
그런데 대형 교회가 자랑할 만한가. 건물과 시설 등 하드웨어라면 모르지만 내실은 다르다. 대형 교회치고 담임 목사의 부정부패와 세습 등 문제가 없는 곳이 드물다. 큰 교회일수록 예수 그리스도는 유배 가고 그 자리를 돈과 권력, 욕망이 대신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대형 교회가 블랙홀처럼 신자를 싹쓸이해가면서 지역 교회와 마을 교회를 붕괴시키고 스스로 몸집만 큰 공룡으로 변해가는 데 대한 우려도 높다. 그래서 대형 교회는 가장 화려한 빛이면서도, 한국 교회의 가장 큰 그늘이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 교회의 모든 것은 아니다. 대형 건물이 아닌 낡은 집이나 상가 건물 혹은 임대 공간에서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이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곳곳에 숨어 있다.
‘작은 교회’ 박람회
작은 교회 50곳이 19일 오전 10시~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에 모인다. 이정배·방인성·김영철 목사 등이 함께하는 생명평화마당이 주최하는 ‘201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에서다. 교회조차 크고 힘센 곳이 선이 된 세상에서 크기에 대한 욕망을 버리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평화의 가치로 모인 공동체다. 따라서 이 박람회에 모인 교회의 기준은 크기가 아니다. 대부분이 신자 수십명의 소규모 교회다. 신도 수백명의 중형 교회일지라도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분립하고 더 낮아져 더 깊고 평등하게 소통하는 것을 지향하는 교회들이 모였다.
이 교회들은 각기 부스를 설치해 목회자와 교인들이 함께 나와 책자와 사진, 영상 등으로 역사와 활동을 소개하고 관람객들과 소통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도 기존 교회에 실망해 떠난 사람들에겐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교회는 어떤가요
박람회에 나온 교회 중엔 세상에 거의 소개되진 않았지만 독특하고 실험적인 교회가 적지 않다.
2001년 설립돼 경기도 부천시 상동 복사골문화센터 5층을 임대해 예배를 하고 있는 예인교회는 ‘하나님께서는 성도를 동등한 자격으로 부르셨다’는 만인제사장의 뜻에 따라 평등하게 각자 재능을 발휘하는 민주적인 운영방식 아래 ‘소유는 최소한, 나눔은 최대한’이란 모토를 갖고 있다.
‘교회 중심이 아니라 마을 중심, 성장 중심이 아니라 봉사 중심을’ 지향하는 부천시 약대동 새롬교회는 20여년 전 서민가정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소와 공부방으로 시작해 공부방 운동을 널리 확산한 주역이 되었다.
인천시 남구 주안동 더함공동체교회는 헌금을 목사가 관리하지 않는다. 헌금을 누가 얼마 냈는지 알면 아무래도 선입견이 생길 수 있어서다. 1년에 3번은 일반 성도가 설교하며 2회는 추천된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한다.
서울 종로구 사직로 독립문교회는 삶의 변화와 회복을 위해 가족치유·부모교육·정신건강·자기발견 세미나를 이끌며, 지역 저소득층 가정에 사랑의 빵을 직접 배달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영광교회는 ‘기도문을 외우며 호흡을 조절하고 십자가를 내 안에 받아들이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는’ 몸기도를 가르친다.
서울 건국대 앞엔 ‘어떤 장소든 모여서 예배하는 곳이 교회’라는 교회론에 따라 카페를 겸한 예배당 시냇가에심은교회도 있다.
작은 교회의 상부상조
박람회에선 △교회학교 교육 △교회 운영을 위한 리더십 △교회 개척 등을 주제로 한 대화마당도 펼쳐진다. 오후 3~4시엔 ‘작은 교회, 희망을 노래하다’라는 이름의 토크콘서트가 이어진다.
생명평화마당은 이 행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앞으로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작은 교회 네트워크를 구성해 교육과 교회 운영 등의 경험과 노하우를 주고받으면서 작은 교회가 이 땅의 희망이 되도록 자리매김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개신교에는 물질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 권위주의와 독선의 홍수에도 희망을 실은 ‘작은 방주들’이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