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을 참회하는 글을 읽는 서울 강남 충현교회 원로 김창인 목사 사진 <뉴스앤조이> 제공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가 담임목사직을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실상 넘겨주는‘교회 세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개신교에서 예장통합, 예장합동에 이어 세번째로 큰 교단인 감리교가 이 법안을 시행할 경우 세습이 만연하고 있는 한국 교회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감리교는 지난 28일 장정(감리교 교회법)개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정된 개정안 교단 지도자인 감독회장과 감리교 본부에 전했다.
개정안은 장정 제3편 ‘조직과 행정법’ 부분에 ‘교회 담임자 파송 제한’ 규정을 신설해, ‘부모와 자녀가 연속해서 한 교회를 담임할 수 없다’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를 그 자녀가 담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었다. 세습 금지 대상엔 장인·장모와 사위·며느리 사이에도 적용된다.
감독회장 선거를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어온 감리교는 이 조항 외에도 감독과 감독회장에 대한 선거권을 정회원 전체로 확대하고, 선거 운동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20일로 줄이는 등의 내용도 넣었다.
개정안은 임시 감독회장의 공고에 따라 다음날 중순 임시 입법의회에 상정되며 의회 결과에 따라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리교단에서 이미 세습을 했거나 세습을 준비 중인 교회의 반발이 적지않아 시행될 수 있을 지 예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개신교 내에선 감리교 외에도 대형교회인 ㅁ·ㅇ교회 등이 세습을 준비 중으로 알려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대형 교회인 서울 충현교회의 김창인 원로목사가 지난 6월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사실을 공개적으로 회개해 화제가 됐다. 1997년 세습한 김 목사는 세습 원조로 불려왔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7월 낸 성명에서 ‘교회 세습’이 ‘잘못된 용어’라며 ‘청빙’이란 용어를 써야한다고 주장하며 세습을 사실상 옹호하고 나섰다.
한편 ‘미래목회포럼’(대표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은 세습금지 입법 에 대해 “교회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교회가 공교회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한 획기적인 일”이라며 “이런 개혁조치들이 한국교회 전체에 선한 영향력으로 확대돼 전 교단으로 확대,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