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불교도대회 사진 <한겨레> 자료
조계종이 14일 중국불교계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전남 여수에서 12~15일 일정으로 열리는 ‘세계불교도우의회(WFB) 한국대회’에서 중국대표단 17명이 티베트대표단 참여를 비난하며 일방적으로 철수해 중국으로 돌아가버린 행동과 관련해서다.
조계종은 “부처님의 자비와 평화사상을 나누는 행사에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조차 없이 자국의 정치적 입장만을 내세워 WFB의 정식 지부로 등록된 티베트 대표단의 참석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대표단의 행위를 개탄한다”며 중국불교계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1950년 세계불교인들간의 통합과 연대, 형제애를 목표로 스리랑카에서 시작된 세계불교도우의회는 2년마다 열린다. 여수엑스포기간에 열리는 이번 대회엔 40개국 불교대표 1천명이 참석하고, 불자 10만명이 함께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중국대표단이 12일 대표자회의 때부터 티베트망명정부 3명의 대회 참여를 거부하며 분위기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중국불교계의 처사에 대해 불교단체와 불자들도 분노하고 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성명을 내 “티베트 대표단이 티베트문제를 다루자거나 티베트 독립을위한 결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아닌데, 중국측이 상식이하의 추태를 보였다”며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중국불교계는 지난 1995년 설립된 한·중 불교대회 등에서도 매번 패권주의적 경향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계종의 한관계자는 “중국불교계야말로 세계적인 대회 때마다 종교적 우의를 도모하지않고 중국공산당의 당원으로서 정치만 하고 있다”면서 “종교인이자 불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불교단체 관계자도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달라이라마의 비자를 내주지않은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 단 3나라뿐인데도 한국불교계가 지나치게 중국불교의 눈치만 살폈다”면서 “중국불교계도 자신을 강하게 견제하는 일본과 맞서기 위해 한국의 지원이 필요한만큼 한국불교계가 저자세에 벗어나 종교 본연의 도덕적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문했다.
조계종은 이날 “중국불교와 관계 재설정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