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8월27일 서울광장에서 이명박정권의 불교편향에 항의하며 열린 범불교도대회 사진 <한겨레>자료
조계종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에서 조계종 고위 인사들을 비밀리에 사찰해온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며 이에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관계자는 11일 “서울중앙지검 민간인 사찰 수사팀이 최근 보선 스님에게 전화를 해, ‘지관 스님에 대한 사찰 자료를 살펴보던 중 (보선) 스님에 대한 내용도 발견됐는데 피해가 있느냐’고 문의했다”고 밝혔다. 지관 스님은 2005년부터 2009년 말까지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뒤 올해 초 입적했고, 보선 스님은 2008년 말부터 조계종 입법부인 중앙종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간인 사찰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이날 지원관실의 업무처리 문건에 보선 스님의 동향 보고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지원관실 문건에 등장하는 불교계 인사는 보선 스님 한 분”이라며 “단순 동향보고이고 미행이나 강요 행위가 확인되지 않아 관련자 처벌은 어렵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과 중앙종회는 공동으로 불법사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2일 공동기자회견을 여는 데 이어 국무총리실에 항의단을, 서울중앙지검에 진상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총무원과 중앙종회는 조만간 불법사찰과 정치공작 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정치권에 국정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총무원장 재직시 김치나눔 행사에서 기독교교회협의회장 박경조 성공회주교에게 김치를 먹여주고 있는 지관 스님 사진 <한겨레>자료
중앙종회의 핵심 관계자는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직자들의 잇따른 종교편향 행태에 대한 불교계의 항의 표시로 2008년 8월 서울광장에서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할 즈음부터 현 정부가 불교계 인사들을 사찰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가 아닌 종교인을 무슨 이유로 사찰했는지, 몇명이나 사찰했는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사찰이 어디에 이용됐는지 전 종단 차원에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계종의 대정부 투쟁 당시 지관 스님이 머물던 서울 명륜동 가산불교문화원 앞에서 미행 형사 3명이 발각됐고, 경찰 정보원들이 총무원 안에 들어와 무선웹으로 전산망에 침입해 간부 스님들의 계좌를 추적한 적이 있으며, 주요 종단 스님들이 은행에서 계좌를 추적당한 사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현 정부가 400~500명을 사찰해 불교계를 뒤흔들려 한다는 소문이 헛소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범불교도대회에서 항의글을 적은 만장을 들고 행진하는 불자들 사진 <한겨레> 자료
총무원의 한 주요 간부는 ‘승려 도박 파문’이 종단 고위층 인사의 비리 문제로 번진 것과 관련해 “정보기관 직원들이 조계종 관련 폭로자들과 불교계 언론매체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교계를 욕보이려는 차원에서 불법사찰과 정치공작이 행해진 건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이어 “검찰이 말을 바꾸어 보선 스님 한분만 했다고 하는건 검찰이 파문 확대를 막으려 미봉하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김태규 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