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에게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물려준 뒤 갈등 움터
부인과 아들쪽 반발해 확산…조 목사, 가족에 손 들어둔 꼴
조용기 목사가 현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떠나 새 교회를 차릴 것을 시사한 편지 문건이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3년 전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를 이영훈 목사에게 물려준 조 목사는 이 목사에 대한 온갖 음해에도 불구하고 줄 곧 이 목사 지지를 표명했기에 ‘당회장 앞’으로 보낸 편지 문건에 표현된 분노는 일반신도들로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영훈 목사와 장로들이 이끄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조용기 이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조 목사 가족들’간의 갈등을 간과하고선 그 문건의 배경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 큰아들 조희준 전<국민일보> 회장 모자와 이영훈 목사 체제 사이의 갈등이 다시 수면 밖으로 불거졌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두 세력 사이의 갈등은 조 목사가 가족이나 친인척이 아닌 이영훈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준 3년 전부터 물밑에서부터 시작됐다. 김·조 모자의 <국민일보> 경영권 장악을 막자는 취지로 꾸려진 <국민일보>노·사 공동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3월 발행한 특보에서 ‘이영훈 목사는 3월이면 쫓겨난다’ ‘고 최자실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공동설립자)의 딸인 김성혜 총장이나 아들인 김성광 목사(순복음강남교회 담임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 후임 당회장이 된다’는 등 괴담이 떠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 당시부터 조 목사와 함께 최대 기여자로 꼽히는 조 목사의 장모 최자실 목사의 자녀인 김성혜·성광 남매와 이영훈 목사간의 갈등설이 이처럼 표출되자 이 목사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은 4월17일 당회에서 ‘교회와 관련기관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던 김·조 모자의 역할을 제한하는 결의를 하는 등 모자를 압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목사 가족의 ‘교회 사유화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4월22일 조 목사는 여의도교회 새벽 예배에서 신도들에게 큰절로 사죄하며 모든 직책에서 사퇴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뒤 (재)사랑과행복나눔 회장과 이사였던 김씨와 대표사무국장이던 조씨 모자도 당회 결정에 따라 사직서를 내 갈등 양상은 어느정도 봉합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5월17일 조·김씨의 사표가 이사장이던 조 목사에 의해 반려된 것으로 전해지고, 조·김씨쪽은 자신들이 내세운 김창대 이사를 대표이사로 등기하면서 두 세력 사이의 갈등은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순복음강남교회 장로인 김 대표이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동창으로 후원회인 명사랑 회장을 지내고 이 대통령이 재산을 출연한 재단법인 청계의 감사다.
또 한세대 이사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강남교회 장로가 임명됐다. 이에 대해 여의도교회쪽은 김·조 모자가 현 정권 실세들을 끌어들여 교회에 맞서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임시 재단이사회를 열어 조용기 목사를 대표이사로 재추대하면서 별개로 이사회를 꾸렸다.
별개 이사회를 꾸린 두 세력은 법정 다툼도 시작한 상태다. 조·김씨 모자쪽은 자기네와 별도의 이사진을 선임한 교회쪽을 견제하기 위해 570억여원이 5개 은행에 분산 예치된 것으로 알려진 재단 통장의 법인 인감과 계좌 변경을 시도했고, 여의도교회쪽은 법원에 예금 지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맞받았다.
교회는 김·조 모자쪽 이사회의 ‘이사지위부존재확인청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교회쪽은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이런 절차를 무시한만큼 ‘등기된 이사회’는 무효라고 주장해 (재)사랑과행복나눔의 두개 이사회 가운데 어느쪽이 진짜인지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결국 이번 문건 공개는 김·조 모자쪽과 여의도 교회쪽 이사회가 재단운영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양쪽에 낀 조 목사가 모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하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쪽에선 ‘조 목사의 진심이 담긴 문건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모자가 조 목사를 압박해 문건을 받아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교회쪽 홍보 관계자는 “원로목사와 이영훈 목사 사이를 음해하는 세력의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조씨 쪽에선 이영훈 목사와 장로들이 여의도교회를 세계 최대 교회로 일궈낸 가족들의 공로를 무시한 채 구제사업단체에서까지 쫓아내 씨를 말리려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약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결별해 새살림을 차려 나설 경우 많은 신도들이 결국 자신을 따라 나설 것으로 생각한 조 목사가 아직 죽지않았다는 존재감을 과시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여의도순복음교회쪽은 조 목사의 문건 공개에 어느 때보다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 목사의 권위는 존중하고 그와 하나임을 강조하면서 조 목사와 가족들을 분리해 가족들의 활동폭 제한에 나서는 이분법 전략을 취해왔는데, 이번 문건의 내용은 조 목사가 가족들과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은 “조 목사의 결점들을 가장 잘 아는 김·조 모자를 조 목사가 주저앉힐 수 없는 데서 문제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재단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 조 목사가 김·조 모자의 사표를 수리했는지, 반려했는지를 증언해야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사무국장은 “조 목사가 그냥 물러나지않을 것이란 의견에도 불구하고, 사퇴의 진실성을 관심있게 지켜보아왔는데, 공개된 문건으로 보면 진심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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