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관장 ‘선교회’ 대표이사직도 사임
교회 사유화 잇단 비판일자 ‘시한연장’ 포기
개혁파쪽 “결단에 존경…봉사 전념 돕겠다”
세계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75·사진) 원로목사가 교회와 관련 재단의 모든 재산권을 관장하는 (재)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다.
여의도순목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1일 교회 운영위원회에서 조 목사의 대표이사직 사퇴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조 목사가 사직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않던 이 목사는 조 목사의 사직서 제출 사실을 공표하며 “원로목사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게 원로목사님을 평안하게 해드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목사의 (재)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 사임은 기정사실화됐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사무국장은 “사퇴 약속을 지킨 조 목사의 결단과 이를 어렵게 수용한 이 목사에게 존경을 보낸다”면서 “이제 성도들이 조 목사의 명예를 지켜드리고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바람직한 내일을 위해 숭고한 뜻을 받아들여 봉사에 전념하도록 놓아드릴 차례”라고 밝혔다.
조 목사는 3년 전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보낸 서한에서 3년내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조 목사의 사퇴 약속 시한은 오는 14일이다.
조 목사의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 사임은 그의 실질적 은퇴를 의미한다. 조 목사는 3년 전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직을 이영훈 목사에게 물려주고 은퇴했지만, 교회와 재단의 모든 재산권을 귀속시키고 여의도순복음교회와 20개 제자교회의 헌금 중 20%를 받도록 하는 법인으로 출범시킨 순복음선교회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계속 실질적인 리더로 군림해왔다.
3년 전 조 목사는 가족의 비리사실을 검찰에 고발하려던 교회개혁실천연대 간부들을 만나 ‘친인척 중용을 배제하고,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도 당장 그만둘 수는 없으므로 3년만 유예해달라’며 최장 3년내 사퇴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조 목사의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전 <국민일보> 회장인 조희준 모자의 <국민일보>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장악 기도가 도마에 오르면서 조 목사와 가족들이 교회를 사유화하려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조희준씨와 김성혜씨가 <국민일보> 노조에 의해 비리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와함께 교회개혁실천연대도 조 목사에게 3년 전 서면약속을 실행하라며 순복음선교회 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영훈 목사와 장로들은 김성혜씨와 조희준-조민제(<국민일보> 사장) 형제 등 조 목사 가족들에 대해 교회를 떠나 학교와 선교, 봉사 등에만 전념하도록 활동반경을 제한한 반면 조 목사에 대해서는 ‘논란의 핵심’인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을 고수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조 목사가 지난 18일 신자들에게 큰절을 하며 가족들의 일을 사과한데 이어 30일 <국민일보> 회장과 발행인 직 사표를 제출했음에도 과연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을 사임할 지는 불투명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조 목사의 ‘진짜 의중’을 관망하며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 사임을 받아들이지않던 이영훈 목사가 전격적으로 조 목사의 사임을 받아들인 것은 조 목사가 사퇴 시한을 넘길 경우 대형교회들의 담임 세습보다 더 큰 ‘초대형 교회 사유화’ 파장이 확산돼 여의도순복음교회 자체가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써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신자 80만명이라는 세계 최대 교회를 일군 ‘50년 조용기 목사 시대’를 끝내고, ‘2기 이영훈 목사 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조 목사는 최근까지도 모든 직책을 사임하고 봉사단체인 (재)사랑과행복나눔 일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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