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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나를 수술하는 마음으로 한기총 해체 요구”

등록 2011-04-20 19:46

은퇴하며 거금의 퇴직사례비·주택 거절

민주화 운동에 부채의식 가져 역사 강조

“믿기만 하면 천당행 주장은 성경 왜곡”

기독교계 자성 나선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지난 1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선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체 토론회’가 열렸다. 여러 강사 중 단연 눈에 띈 이가 있었다. 분당과 수지 두 대형교회를 이끄는 지구촌교회 이동원(65) 목사였다. 국내 대표적인 대형교회 목사 중 한명인 그가 보수교회 진영의 총본산인 한기총 해체를 역설하고 나선 때문이었다. 그가 ‘손발을 자르고 가자’며 한기총 해체에 발벗고 나서자 한기총 쪽은 ‘배신자’라며 바르르 떨고 있다.

배신의 싹은 진작부터 자라고 있었다. 다른 교회라면 아마 ‘성도 10만여명’이라고 부풀려 자랑할 일이지만, 그는 출석수를 정확히 세어 ‘2만5천명’이라고 했다. 대다수 목사들이 신자들을 어떻게 하면 교회에 묶어둘까를 고민하는 동안 그는 신자들에게 교회에 오래 머물지 말라고 강조했다. 가정과 직장생활에 충실한 것이 신앙 생활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목사가 수없이 후임이나 신자들과 갈등을 빚는 대형교회 실상과 달리 그는 신자들과 단 한번 싸웠을 뿐이다. 자기 월급을 올리지 말라면서. 그는 정년 70살을 5년 앞서 지난 연말 은퇴를 단행했고, 후임 진재혁(45) 목사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3년 시한으로 ‘멘토링 목회’를 하고 있다. 대형교회 목사가 은퇴하면서 마지막으로 챙길 수 있는 비장의 카드인 ‘거금의 퇴직 사례비’와 ‘주택’도 받지 않기로 했다. 안 받아도 충분히 살 만하다면서. 그리고 지난해 말 은퇴사에서 참회문을 발표했다. ‘조국의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 민족 역사의 한복판에서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고 방관자로 살아온 일, 그리고 지도하던 젊은이들을 깨어 있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역사의 마당에 서도록 인도하지 못한 점’을 참회했다. 또 교회 내 부유한 기득권층이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회개를 촉구하는 예언적 설교를 제대로 못한 것도 참회했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주었던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의 권유를 받고 은퇴 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을 맡았다.

한기총의 부패와 여의도순복음교회, 소망교회 등 대형교회들의 스캔들로 어느 때보다 우울해진 부활절을 앞두고, 지난 18일 분당 지구촌교회로 가 ‘이상한 목사’를 만났다.

-진보파도 나이를 먹으면 보수화한다는데, 분당의 부자교회 목사가 기득권의 목소리를 버리고 왜 기득권의 총본산 격인 한기총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나?

“우선 내가 부자가 아니다.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됐지만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하게 자랐다. 중학교에 합격하던 날 아버지가 사업에 파산해 감옥에 갔다. 그래서 장남으로서 어머니와 6남매를 책임지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가정교사를 했다. 학교를 마치면 시간제 가정교사를 하고 나서 입주가정교사를 했다. 내 공부를 하다가 가정교사하던 집에서 혼났다. 그러니 ‘가난’을 잊어본 적이 없다. 지구촌교회가 9개 사회복지기관을 운영하고 교회 재정의 40%를 구제에 쓴 것도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서다. 한기총에 대해선 그분들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다. 나만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다. 나 자신이 책임이 있기에 자신을 수술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이제 대형교회의 부패와 내부 다툼은 희소하지 않아 별 기사 가치도 없는데, 너무 많은 제보 전화가 와 업무에 지장이 많다. 어떻게 기독교 안에서 해결 안 되나?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개화기 때 기독교가 앞장서 간 것처럼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이제 세상이 교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형교회는 사이즈가 크니 넘어지는 소리도 크다. 개신교가 어느 종교보다 열린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안에서 얘기하면 병신이 되니 밖에 호소하는 것이다. 처음엔 절망만 하다가 하나님이 바닥을 치게 한다고 생각한다. 유일한 기대가 있다면 바닥까지 쳐서 다시 일어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 5년 앞서 은퇴하고, 청빙위원회에 관여하지도 않은 채 신자들이 후임 담임목사를 청빙하도록 맡기고, 은퇴 사례비와 주택마저 거부했나?

“미국에서 돌아와 1993년 교회를 개척한 지 7년 만에 1만명이 모이자 미래상을 만들기 위해 비전위원회를 꾸렸다. 한분이 ‘우리 교회도 이러다 이동원 왕국이 되는 것 아니냐’고 조크했다. 웃고 지나갔지만,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목사가 그걸 힘으로 의식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심각하게 생각했다.”

-왜 은퇴 때 참회하면서 특별히 역사의식을 강조했나?

“군사정권 때도 복음만 전하면 세상이 좋아지리라고 생각했다. 사회운동에 가담하지 못한 데 대해 미국 복음주의권에서 ‘언페이드 빌’(지불하지 못한 빚)이란 말이 있다. 내게도 그런 부채의식이 있다. 누구나 근본주의 신학의 협소함을 알고 알을 깨는 과정이 있다. 세상에 책임을 져야 한다.”

-개신교에서 ‘믿기만 하면 천국 간다’는 도그마가 책임의식과 도덕성이 결핍되는 쪽으로 기능한 것 아닌가?

“종교개혁자들이 ‘행함으로 의롭게 되지 못한다’고 한 것은 행위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로는 아무리 선행을 해도 모자랄 수밖에 없다는 겸손을 강조한 것이다. 최선의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하고도 겸손하라는 것이다. 자기 행위를 책임지지 않고 아무리 죄를 많이 져도 교회만 나가면 천당 간다는 건 성경의 왜곡이다.”

-우리는 어떻게 부활할 수 있나?

“부활하려면 먼저 죽어야 한다.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살아난다. 교회에 돌팔매질을 던지면 맞아 죽자. 철저하게 죽어야 부활한다. 그래야 하나님이 부활의 새날을 줄 것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전문은 휴심정(we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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