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자유로운 시대에 계율은 진부하게 들리기 쉽다. 그렇지만 일반인은 ‘자유 방임’을 미덕시하면서도 행여 스님들이 계율에 어긋나지나 않은지 눈을 번뜩이기도 하다. 이런 시비 놀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2600년 전 시대상과 석가모니와 승가공동체를 이해하는 데 계율은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을 준다. 일본 하나조노대학에서 계율로 석·박사 논문을 쓴 조계종교육원 불학연구소 상임연구원 원영 스님이 출가 뒤 자신의 재미난 경험담을 섞어 현대와 과거를 관통했다.
붓다는 처음 10여년은 계율 제정의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했단다. 그러나 출가자 수가 급증하고 군인, 상인, 심지어 살인자와 미성년자까지 출가 대열에 합류해 승가가 시비에 휘말리면서 계율을 마련했다고 지은이는 <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서 전한다. 계율은 의식주는 물론 행동 규범까지 광범위하다. 그런데 업에 의해 귀천을 둔 브라만교와 달리 ‘일체 중생이 불성을 지닌 존귀한 존재’임을 천명한 붓다의 깨달음과 달리 계율에선 ‘차별’이 엄존한다. 지은이가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점차 술·담배·육식·자동차·핸드폰 등 전통적인 관념에선 허용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금기가 깨지는 것과 달리 장애인의 출가금지와 같은 반인권적 계율만은 여전히 신줏단지처럼 지키고, 최대 종단이 되어서도 자비보다는 보호본능을 유지하는 불가의 모습이 과거와 현재의 ‘계율’을 통해 더욱 선명히 느껴진다. 지은이도 계율 공부의 취지를 ‘우리는 과연 이 시대에 어떤 불교도의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를 생각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원영 지음/불광출판사·1만2800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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