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 출신…사제 루터와 결혼
독신 수도자 제도로부터 탈피
루터가 종교개혁 당시 살았던 비텐베르크의 루터하우스엔 루터와 나란히 한 여인의 그림이 걸려 있다. 루터가 교황과 맞서 싸울 때 루터에 동조한 나머지 수녀원을 탈출해 루터의 집에 숨어든 10명의 수녀 중 한 명이다. 그가 바로 루터의 부인 카타리나 폰 보라다. 1525년 루터가 42살 때, 그가 26살 때다. 사제 출신과 수녀 출신의 결혼은 종교적 문제와 사생활을 분리하고, 독신 수도자 제도로부터 탈출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극소수의 친구 중 한 명인 루카스가 그린 그의 그림은 경건하면서도 후덕한 인상이다. 루터와 폰 보라는 3남3녀를 낳았다. 그 가운데 둘이 사망했지만 비교적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터는 “프랑스와 보헤미아를 주어도 폰 보라와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로 폰 보라를 사랑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심약했고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던 루터가 정신적인 안정감을 얻는 데 폰 보라의 역할은 지대했다. 폰 보라는 늘 제자들이 들끓으며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남편을 안정적으로 돌봤을 뿐 아니라 루터가 교황의 파문으로 사제로서 살아온 삶을 몰수당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그를 구원해 종교개혁을 이루게 한 숨은 공로자였다. 조현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