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지도자들의 새해 덕담 종교지도자들이 2011년 신묘년 새해를 맞아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은 희망의 덕담을 전하거나 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지난 한해에 대해 “하나님의 생명, 평화, 정의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당했고, 대화와 협력의 민주적 가치도 현저하게 후퇴했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 김근상 의장주교도 남북과 종교간 갈등에 우려를 표하면서 날치기로 민주화를 유린한 정부·여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원불교 경산 종법사도 ‘강자의 도덕성’을 주문했다.
날치기 예산 통과 뒤 정부·여당 규탄에 나서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오만과 독선을 비판하면서 매서운 추위와 삭풍을 견뎌낼 것을 주문해 불교계의 각별한 다짐을 내보였다.
자승 총무원장(조계종)=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와 삭풍을 굳건히 견딤은 봄을 기다림입니다. 봄 햇살의 따사로움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이는 인동의 세월을 견뎌왔기 때문입니다. 인내와 기다림은 분명 새로운 의지와 마음가짐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오만과 독선은 겸양과 소통을 이길 수 없습니다. 편견과 집착으로는 세상을 치유할 수도 구원할 수도 없습니다.
인공 총무원장(태고종)=우리는 지혜와 자비의 밝은 마음을 바탕으로 하여,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이타의 큰마음을 내어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정산 총무원장(천태종)=아집이 가져온 희생을 되짚어보고 미움과 갈등, 분별과 차별이 새해에는 광명으로 하나가 되듯 소통을 희망의 바라밀로 삼아 세상의 장애를 갈무리하고 다가올 번영을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혜정 통리원장(진각종)=일상의 삶에 집착하여 습(習)이라는 어리석음을 마치 경험의 지혜인 양 안주하였다면 이제 우리는 참회와 함께 머무름이 없는 심인의 참된 마음으로 삼라만상의 변화에 답하는 생명력을 수행과 실천으로 밝혀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정진석 추기경(가톨릭)=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롭고 슬기로운 사람입니다. 국민이 모두 다 함께 올해는 더 많은 지혜와 슬기를 갖고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사회는 더 밝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김영주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명입니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생명을 파괴하는 막개발은 죄악입니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객관적·과학적 토의 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때까지 잠정중단해야 합니다.
이광선 대표회장(한국기독교총연합회)=온 세상 구석구석의 어두운 곳이 밝아지고 추운 곳이 따뜻해지며,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등 각 분야가 힘 있고 균형 있는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 있게 첫발을 내디뎌야 할 때입니다.
김근상 의장주교(대한성공회)=폭력이 난무하고, 날치기 행위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며, 서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예산마저도 힘의 논리에 밀려난 현실을 보면서 이 민족의 희망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경산 종법사(원불교)=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늘 변화합니다. 그 변화를 주도하는 인과의 이치를 믿고 깨달아서 강자는 영원히 넉넉함을 누릴 수 있도록 정성을 들여야 하며 약자는 부족함을 채우고 극복하여 강자로 진급해야 합니다. 모든 지도자들은 강자나 약자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로운 관계임을 자각하여 서로 감사하고 은혜롭게 여기도록 선도해야 하겠습니다.
임운길 교령(천도교)=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각자위심하여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가려 그 순수성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혼란과 갈등이 야기되고 있음을 볼 때 이 나라의 지도자들은 보국안민을 위한 자기반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편향된 사상과 이념의 포로에서 벗어나 포용과 중용의 소중함을 깨쳐야 할 것입니다.
한양원 회장(한국민족종교협의회)=우리나라는 동방 목운(木運)에 속해 항상 금(金)을 만나면 조심이 되는데, 지난해에는 강한 경금(庚金)을 만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해는 그보다는 유한 신금(辛金)을 만나 매사 조심하고 준비하면 국운융성의 한해가 될 것입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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