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의 성탄 인터뷰
성탄절은 ‘자기멈춤’의 시간‘나는 어디로 가나’ 생각해야
해야할 일 못할 때 후회 커져실패가 재산, 스스로 개척해야
성탄절을 앞두고 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100주년기념교회) 담임 이재철(61·사진) 목사를 찾았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144 한강변에 위치한 100주년기념교회는 언더우드, 아펜젤러, 베델, 헐버트 등 초기 선교사 415명의 유해가 안장된 양화진선교사묘원의 ‘묘지기 교회’다.
겸재 정선이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는 양화진 위로 둥근 달이 떠오른 21일 밤. 한인교회의 초청을 받아 독일에 다녀온 그는 긴 비행을 한 것 같지 않은 평안한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세계로 안내했다.
베를린에서 호텔이 아닌 가정집에 묵었다는 그는 가까이서 지켜본 유럽 가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밤이면 창문 밖에서 셔터를 내려 빛까지 차단해 외부와는 완전히 단절된 유럽인들의 삶을 보고 부러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는 것이다. ‘사회 안전망’을 잘 갖추고 있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유럽사회에 대해 그의 분석은 다르다. ‘대부분이 홀로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그들이 이렇게 살다가 인생을 마감할 때 무엇을 느낄지’ 가엽다는 표정이다. 2남5녀의 막내로 태어나 자신도 네 아들을 둔 대가족의 틀에서 살아온 그에게 ‘1~2인 가정’은 더욱 이해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는 또 유럽인들이 가진 안전망이나 사회적 부가 행복의 조건이 아니란 것을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목회자인 토니 캠폴로의 말을 빌려 설명한다. 토니 캠폴로는 ‘사람이 죽는 순간에 자기가 못다 이룬 업적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죽기 전 바르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왜냐면 죽음이 자기를 덮치는 순간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목회하면서 장례식을 수없이 치르고 임종을 지켜보았지만, ‘내가 그때 투자를 더 했더라면 더 부자가 됐을 텐데’라거나 ‘그때 줄타기를 제대로 했으면 장관 한자리는 했을 텐데’라고 후회하는 사람을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한결같이 ‘살면서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한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 것’을 후회했다.”
그는 20대 때 사업에 성공해 서울에서 가장 큰 빌라에 살며 벤츠를 굴리고 룸살롱에서 돈을 물 쓰듯 쓰며 살았지만, 지금은 집조차 없다. 교회도 예배당을 짓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한 지 오래다. 성서에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고 했지만 이것을 믿고 무장해제하는 그리스도인은 찾아보기 쉽지 않고 바벨탑의 욕망이 더욱 치성한 현실에서 두려움 없이 안전망을 벗어버릴 수 있는 배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믿음이다. 성공과 부의 늪에서 방탕한 삶에 젖어 살던 중 아내의 일기장에서 자살 충동과 우울을 보고 절규하던 그에게 ‘그의 주님’이 다가와 안아준 뒤 그는 ‘그분이 언제나 함께하심’을 믿는다. 그래서 모두가 눈에 보이는 돈과 건물 등 ‘눈에 보이는 것’만 믿을 때 그는 ‘보이지 않는’ ‘그분’만을 유일한 백으로 삼는다. 그는 <홍성사>라는 대표적인 출판기업을 세운 장본인이자 서울 강남의 ‘주님의 교회’를 대형교회로 키워냈고, 이곳 ‘100주년기념교회’에 온 뒤 5년 동안 매년 신자가 1천명씩 늘어나는 ‘경이로운 성장’의 주역이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성공은 오직 ‘성공’에 목매지 않는 자유에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주님의교회’ 담임직을 홀연히 벗고 떠날 수 있었고, 네 아들에게도 ‘너희에게 줄 유산은 없다’는 것을 선언할 수 있었다. 그는 15살 때 선친이 별세한 뒤 스스로 세상을 개척해온 자신처럼 자식들에게도 “인생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또한 강고한 믿음에 근거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가봐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패해야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다. 주님께선 나처럼 수렁에 빠진 사람도 건져주었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그냥 버려둘 리 없다. 아이들이 한순간 실패의 늪에 빠질 수 있고, 허우적거릴 수도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런 실패조차 재산이 되리라는 것을 믿는다.”
실패와 좌절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 때문일까. 지난 9월 <목회와 신학>의 설문조사에서 그는 우리나라 30대 목회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저자로 나타났다. 그는 세상이 ‘성공’만을 얘기할 때 ‘삶의 가치’를 얘기한다.
“인생은 시계 초침이다. 거창한 게 아니다. 죽음이 멀리 있지도 않다. 일초 일초가 쌓이면 하루가 되고, 하루가 쌓이면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된다. 그렇게 일생이 된다. 일초를 아무렇게나 살면 일생이 소중해질 수 없다.”
그는 30대 때 방탕의 삶을 멈추었다. 죽은 생명에 생기를 불어넣어준 이는 ‘그분’이었다. 그는 “흙으로 지은 사람에게 호흡, 즉 생기를 불어넣어 생영이 되게 한 이가 그분”이라며 “죄로 말미암아 생기와 단절된 인간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생영이 살아나고 사람이 사람 되게 오신 분이 그분”이라고 ‘성탄의 의미’를 전한다.
젊은이가 절반에 이를 만큼 ‘젊은’ 100주년기념교회에서 그는 그저 바쁜 젊은이들에게 ‘어서 빨리 달려라’라고 채근하지 않고 오히려 ‘멈추라’고 말한다.
“성탄은 주님을 믿든 믿지 않든 일년에 한번 있는 ‘자기 멈춤’의 시간이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지금 뭐하고 있는가, 어디로 가는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자동차에 액셀러레이터만 있으면 차는 흉기가 된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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