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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정부 회유하더라도 물리쳐야”

등록 2010-12-17 15:52

범어사 화재 뒤 한나라 의원들 출입에 ‘집안단속’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17일 아침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출입하게 한 부산 범어사 주지 정여 스님의 처신을 문제삼았다. 자승 스님은 “정부 여당에서 회유하더라도 과감히 물리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4대강 강행 예산은 포함하고 템플스테이 예산은 삭감한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다음날인 지난 9일 조계종 총무원은 ‘정부·여당 인사에 대한 산문 출입 금지’를 선언했으나 지난 15일 밤 화재가 발생한 범어사에 여당 의원들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지적한 것이다. 범어사엔 지난 16일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 허원제 의원 등이 방문하자 주지 정여스님이 이들에게 화재 현장을 소개하고 점심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승 스님은 지난 9~16일 우리나라 6대 종단 지도자들이 함께 이스라엘을 거쳐 로마에서 가톨릭 교황을 예방하는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뒤 첫 회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자승 스님은 이어 오전 11시에 전국 25개 본사 대표자들이 전원 참석한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다시 한 번 정부·여당의 회유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3년 전 정부의 종교편향에 규탄한 범불교도대회 당시를 언급하며 “정부는 원로의원 스님부터 말사 주지 스님에게 이르기까지 기관장, 국회의원 등을 통해 종단 여론을 분산시키고자 했고, 이번에도 종단이 쇄신과 변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사찰을 찾아가 도움을 주겠다고 할 것”이라며 “아쉬움과 불이익을 감내하고서라도 변화해야 하고, 개인과 특정 본말사의 이익이 아니라 종단 이익을 위해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또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다보니 신도들의 십시일반에 기반한 불사와 신도교육은 소홀해 온 것이 사실이며, 그동안 너무 쉽게 예산에 의존하다보니 정부의 자자체의 아쉬운 자세, 부탁하는 자세로 살아왔다”며 “오늘 회의에서 예산문제를 떨쳐버리고 진정한 변화를 통해 신도들의 힘으로 자생할 것과 의식전환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범어사 주지 정여 스님은 본사주지회의에서 “이번 사찰의 화재로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위로를 위해 범어사를 출입하고 본인이 이를 맞이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 경황중에 발생한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었음을 깊이 인식하며, 교구 본사의 책임자로서 종단의 지침을 엄수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참회한다”고 밝혔다.

 이날 본사주지회의에서 화엄사 주지 종삼 스님은 “정기 국회 예산안 날치기는 서민경제생활을 4대강 사업에 수장한 전례 없는 폭거로 종단의 지침에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월정사 부주지 원행 스님은 “민족문화에 대한 정부당국자의 인식 전환이 있을 때까지 모든 종도가 종단을 중심으로 혼연일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안팎에선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에 의해 ‘좌파 주지들을 척결하라는 정부·여당의 외압설’에 시달리기도 했던 자승 스님이 정부·여당에 이처럼 강공 자세를 취하고, 더구나 ‘긴호흡으로 가야한다’고 일시적인 대응이 아님을 선포하자 놀라는 눈치다. 조계종 관계자는 “정부와 불교계가 함께 보존하고 가꾸어야할 문화재 예산에 대해서도 늘 불교계에 시혜를 베푸는 듯한 현정부·여당의 변함없는 자세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달아 현정부 아래선 더 이상 의존하지않겠다는 다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의 집안단속 의지를 반영하듯 이날 본사주지들들도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의 정신을 저버린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이명박 정부 및 한나라당 인사들과 개별접촉을 하지않을 것이며, 사찰 출입을 거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조계종 최고 원로들의 모임인 원로회의의원들도 이날 모임을 갖고 “우리 불교계가 사회문제나 정치문제라 하여 무조건 방관하는 것은 옳지않은 법, 정견을 가지고 삿됨을 끊고 오로지 정법을 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시를 전종도들에게 내렸다. 유시는 종단 최고의 권위를 가진 원로회의에서 종도들에게 내리는 행동지침으로, 가장 최근엔 지난 2002년 ‘북한산 관통도로’에 대해 ‘신명을 다해 북한산을 수호하라’ 는 유시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85개 사찰의 주지가 참석한 가운데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조계종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주지회의’가 열렸다. 이들은 ”템플스테이 국고예산에 대한 일체의 지원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이와관련해서는 종단의 방침을 따를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15인 이내의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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